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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경찰은 ‘극단 선택’ 쪽으로… 독감 접종 후 사망 10대 시신서 아질산염 치사량 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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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접종 이틀 만에 사망한 고교생 A군 / 시신 부검 결과 아질산염 치사량(4~6g) 검출돼 / A군 형 “동생의 억울함 풀어달라” 국민청원 제기

세계일보

인천의 한 고교생 A(17)군이 독감 백신을 접종한 지 이틀 만에 사망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그의 시신에서 치사량(성인 기준 4~6g)의 아질산염(아질산나트륨)이 검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27일 이같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고, 경찰은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위해 아질산염을 복용했을 가능성, 소금·설탕으로 오인해 아질산염을 섭취했을 가능성 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A군은 지난 14일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 무료 접종을 받았으며 이틀 뒤인 16일 사망했다.

경찰은 A군이 아질산염을 구매한 사실까지 확인했다며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A군의 위에서 아질산염 치사량인 4g이 나와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찰은 극단적 선택을 추정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A군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등 조사하는 등 정확한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A군의 형 “자살할 이유 전혀 없다”

세계일보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유족 측은 반발하고 있다. A군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A군의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의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국과수에서는 독감과 관련이 전혀 없다는데, 사망하는 데 영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면서 “독감주사를 맞고 난 다음날 몸에 힘이 없고 기운이 없다며 저녁조차 먹지 않은 동생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과수는 부검 결과 ****(아질산염)이 치사량으로 위에서 다량 검출됐다고 했다. 이에 독감 백신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고 자살 혹은 타살로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경찰은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19개의 물병을 찾았는데 그 중 1개의 병에서 ****이 검출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 병이 저희집에서 나왔는지 확실치 않고 동생 학교에서도 평소 이상한 점이 없었다고 한다”고 경찰의 수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소 제 동생은 코로나19에 걸릴 것을 우려해 KF80 이상의 마스크만 착용하고 물병도 재사용하지 않고 비위생적인 것은 섭취하지 않았다”면서 “성적도 전교 상위권이고 대학교 입시도 거의 다 마치고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최소인 상태였다”며 동생은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청원인은 “성실하게 공부만 했던 제 동생이 자살로 사건이 종결된다면 너무 억울한 죽음이 될 것 같다”면서 “제 하나뿐인 동생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아질산나트륨’이 독극물?

세계일보

본 기사와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아질산염은 고기를 먹음직스러운 선홍빛으로 만드는 특성 때문에 흔히 육류 보존제로 사용한다.

소시지·베이컨·통조림 등 육가공품에 미량 들어가지만, 다량 섭취 땐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독극물로 여겨진다. 뇌혈관을 확장해 관자놀이에 통증을 유발하고, 독성이 강하며 다른 물질과 결합해 발암물질을 만들 위험성도 있다.

지난해 3월 중국에서 발생한 ‘유치원생 독극물 사망사건’에 이용된 독극물이 바로 ‘아질산염’이었다. 중국 허난(河南)성 자오쭤(焦作)의 한 유치원에서 아침식사를 한 원아 25명이 구토하며 실신한 뒤 병원에 이송됐으며 1명은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아이들이 먹은 죽에서 독극물인 아질산염이 검출됐다. 범인은 보육교사였고, 자신과 다툰 교사의 반 아이들 죽에 아질산염을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보육교사는 지난달 28일 열린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중국에서는 2011년에도 영유아 3명이 아질산염에 중독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낙농업자가 우유 판로를 놓고 경쟁하던 이웃 농가의 우유에 아질산염을 몰래 넣은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영유아 3명이 숨졌고 30여명이 중독됐다. 이 낙농업자에게도 사형이 선고됐고, 당국은 2년 후인 2013년 형을 집행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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