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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 고교생, '치사량' 화학물질 직접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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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속에서 치사량 검출돼...유족 "극단적 선택 아냐"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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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시내 한 병원의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진료소 앞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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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지 이틀 만에 숨진 A(17)군이 사망 전, 소량만 섭취해도 사망에 이르는 질산화합물을 온라인으로 직접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군 시신에서 이 화학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됨에 따라 경찰은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중이다. 유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27일 경찰과 유족 등에 따르면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인천 모 고등학교 3학년 A군이 지난 16일 숨지기 전 온라인으로 화학물질을 주문, 배송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정확한 구입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A군 위 속에서 치사량 이상의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부검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이 물질은 소시지, 베이컨 등 육류의 선홍빛을 유지시키는 보존제로 많이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이다. 소량 섭취 시 두통이 생기고 치사량(성인 기준 4~6g) 이상 섭취 시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과수는 지난 18일 A군 시신 부검을 진행한 뒤 '사인미상'이라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통보한 이후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조직검사 등을 벌여왔다.

경찰은 A군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이 화학물질을 복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으나 그가 소금, 설탕으로 오인해 섭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도 이날 A군의 사인이 접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질병청은 "해당 사망사례와 관련한 부검 결과를 지난 23일 오후 경찰청으로부터 전달받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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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후 숨진 인천 모 고등학교 3학년생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억울함을 풀어달라며 청원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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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의 유족 측은 반발하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A군의 형이라고 주장한 유족은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제 동생의 죽음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렸다.

그는 글에서 "국과수에선 (동생의 죽음이) 독감 백신 접종 관련일 수가 전혀 없다는데 믿을 수가 없다"며 "국과수 검사 결과 (동생 시신에서) 화학물질이 다량 검출됐다면서 독감 백신과 상관관계를 조사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지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경찰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비중을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동생 친구, 학교에 대한 수사에서는 이상한 점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며 "평소 동생은 우한폐렴(코로나19)에 걸릴까 봐 마스크도 KF80 이상만 착용하고 비위생적인 것은 섭취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또 "동생은 성적이 전교 상위권이었고 대학교 입시를 거의 다 마쳐 심리적인 압박감이나 스트레스가 최소인 상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성실하게 공부만 한 제 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사건이 종결된다면 너무 억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군은 지난 14일 낮 12시 인천 미추홀구의 한 이비인후과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이틀 뒤인 16일 오전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사망 전날 오후 3시 귀가한 이후 외출을 하지 않았으며 오후 9시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아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일어나지 않아 방에 가 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A군이 독감 접종을 한 병원에선 같은 날 수십명이 백신을 맞았으나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A군은 백신을 맞은 후 "접종 부위에 통증이 있고 기력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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