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의료붕괴되는 벨기에, 코로나 걸린 의사에 “계속 진료하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세가 비상인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상황이 심각한 벨기에 일부 병원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의료진에게까지 근무를 계속할 것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병원 측의 요청이 코로나 확산 위험을 더 높인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확진자가 폭증하는 와중에 국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벨기에 의료연합 측은 밝혔다.

26일(현지 시각) 영 BBC방송·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 동부 도시 리에주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최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병원으로부터 계속해서 근무할 것을 요구받았다. 병원들이 계속 근무를 요청한 의사들은 무증상 코로나 확진자들이었다. 이같은 병원이 10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리에주는 벨기에 중에서도 코로나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다.

리에주 전체 의료인력의 약 4분의1이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코로나 확진 의료진의 계속 근무를 요구하는 병원들의 지침이 코로나바이러스 전파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들을 돌보느라 다른 질병의 환자들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실정에서 의사들의 근무를 중단시키는 게 더 큰 피해를 갖고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리에주의 CHC몽클레지아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벨기에 의료연합 회장을 맡고 있는 필리프 데보스는 이 같은 병원들의 지침에 대해 “환자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를 옮길 위험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이는 병원시스템이 수일 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데보스 회장은 “상황이 재앙과 같다. 아주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에 걸린 의료진이 업무를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리에주에서만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니다. 루디 베르보르트 브뤼셀 캐피탈 지역 정부 총리는 “(코로나) 감염과 관련해 엄청난 숫자가 보고되고 있다”며 “주요 문제는 우리 나라 병원 시스템의 붕괴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벨기에의 코로나 상황은 최근들어 몹시 심각해졌다. 인구 1100만명 수준의 벨기에에선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더니 지난 22일부터는 매일 신규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고 있다. 지난 24일 하루 동안 1만7568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일 확진자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벨기에의 누적 코로나 확진자는 32만1031명, 사망자는 1만810명이다. 앞서 프랑크 판덴브루케 벨기에 보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 상황에 대해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쓰나미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은 이날부터 야간 통행금지 시간을 기존 오전 0시~5시에서 오후 10시~오전 6시로 확대했다. 브뤼셀 전 지역의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고, 박물관·공연장·영화관·체육관 등 모든 문화·체육 시설을 폐쇄했다. 모든 상점은 오후 8시까지 영업을 끝내야 한다. 다만 포장 음식은 오후 10시까지 판매가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내달 19일까지 적용된다.

[이옥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