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7 (수)

'브람스' 류보리 작가 "박은빈·김민재 연주 프로급…음악의 힘 곱씹게 돼"[SS인터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직접 경험한 것만큼 현실적인 것이 또 있을까.

지난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그렇다. 이 작품은 방영 전부터 클래식 음악업계에 종사한 경험이 있는 작가가 나서 주목을 받았다. 신인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섬세한 필력으로 음악을 하는 20대 청춘들의 꿈과 사랑을 촘촘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극적인 장면 하나 없이 잔잔한 소재의 사랑 이야기지만 클래식이라는 낯선 음악과 연관시키며 인물간 세부묘사를 더욱 설득력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다.

드라마를 집필한 류보리 작가와 서면인터뷰를 통해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류 작가는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음악인 클래식을 통해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묵묵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했다. 특별히 ‘브람스’를 내세운 이유에 대해선 “브람스와 슈만,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만 브람스가 결국 클라라와 맺어지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오랫동안 진심으로 마음을 줬던 대상과 잘 이별하며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는 이야기에 브람스만큼 적절한 인물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스포츠서울

다음은 일문일답.

Q. 데뷔작으로 알고 있다.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18년 SBS문화재단 극본공모에서 당선되면서 드라마 작가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조영민 감독님과 2019년 SBS 2부작 단편드라마 ‘17세의 조건’으로 함께 입봉했는데, 그때 조영민 감독님과 굉장히 즐겁게 작업했기에 이번 미니시리즈도 함께 준비하게 됐다.

Q.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 같은 디테일한 대본에 대한 칭찬이 많았다. 실제 경험인가.
실제 있었던 일처럼 느껴진다고 많이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지만 이 드라마에 내가 겪은 실제 경험은 전혀 들어가있지 않다고 봐도 무방하다. 나는 늦깎이 음대생이 아니었고 음대 시절을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보냈다.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음악과는 관련이 없는 동아리였다. 또, 내가 연주자의 길을 그만둔 것은 송아와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였다. 대본에서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상상해내는 데는 음악을 전공한 경험들이 분명히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실제 나의 경험이 녹아있지는 않다.

스포츠서울


Q. 박은빈, 김민재 등의 배우를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같이 일하면서 호흡은 어땠나?
이 작품은 미묘한 감정으로 움직이고 표현하는 장면이 많아 무엇보다도 연기력이 훌륭한 배우와 함께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여러 번 나눴었다. 박은빈, 김민재 등의 배우가 캐스팅되었을 때 정말 기뻤다. 악기 연주도 배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주 큰 믿음이 가서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일부 연주 장면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많은 부분을 배우가 직접 소화했는데, 정말 열심히 연습한 배우들 덕분에 내 주변의 실제 연주자들이 방송을 보고 놀라 연락해올 때마다 브람스의 배우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고마웠다.

Q. 슈만의 트로이메라이가 극의 긴장을 불러오는 소재였다. 특별히 이 곡에 사연을 불어넣은 이유는?
준영의 사랑과 연민과 부채감이 뒤섞인 15년을 상징하는 곡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브람스-슈만-클라라를 생각하다가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을 떠올렸다. 정경의 이름을 이 곡에서 가져왔고 ‘어린이의 정경’ 중 가장 유명한 악장이자 ‘꿈’ 이라는 뜻을 지닌 ‘트로이메라이’를 골랐다. 이 드라마는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서울


Q. 준영과 송아는 실력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서로의 가치관 등 닮은 지점이 많아보인다.
송아와 준영 모두 오랜 짝사랑을 꾹꾹 눌러담았던 사람들이고, 또 천성적으로 남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자신의 힘들고 어려운 속내를 타인과 나누는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두 사람 모두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사람이 단숨에 바뀔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송아와 준영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지만 아직 자신의 못나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연인과 나눌 수 없는 단계인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이 서로의 속내를 솔직히 나누기에는 주변의 상황이 그들을 막고 있기도 하다. 이런 두 사람이 주변 상황과 각자의 내적인 문제 때문에 의도치않게 서로에게 상처를 주게 되지만 결국에는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서로 치유하고 사랑하게 되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Q. 실제로 좋아하는 음악인을 꼽자면?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조성진이다. 손열음은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굉장한 문학적 재능도 겸비한 연주자다. 20년 전에 처음 연주를 보고 한 눈에 반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음악과 모든 것에 점점 더 반하는 중이다. 손열음의 슈만 연주를 특히 좋아하는데, 드라마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쓰이는 슈만의 ‘헌정’의 음원 녹음 부탁을 흔쾌히 들어줘 정말로 행복했다.

조성진이 연주한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과 리스트의 B단조 소나타가 담긴 음반은 작업 중 쉴 때마다 자주 듣는 노동요(?)였다. 특히 ‘방랑자 환상곡’은 코로나 이전에 산책할 때마다 늘 듣곤 했다. 피아노 음악을 통해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연주다. 이 두 연주자의 음악에서 큰 감동을 받았고 ‘음악의 힘’이라는 것에 대해 곱씹어보게 됐다.

Q. 브람스 이후 차기작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고 싶은가.
아직 차기작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못했지만 평소 사람들간의 연대에 관심이 많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매일 인류애를 잃게 만드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면 우리가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함께 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쓰는 이야기가 그렇게 세상에 조금이라도 위안과 보탬이 된다면 무척 기쁠 것 같다.

melody@sportsseoul.com

사진|SBS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