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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포스트 이건희 지배구조…이재용 상속 대신 '삼성물산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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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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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문이 돈 것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2~3년 전부터 와병기간까지 근 10년 동안 잊을 만하면 한번씩 위독설이 돌았다. 투병생활 초기 두세차례 소문이 돌 때는 주식시장이 휘청할 정도로 충격이 컸지만 어느 순간부터 별다른 해명 없이도 으레 뜬소문으로 치부될 정도로 잦았다.

뒤집어 보면 그만큼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았던 셈이다. 특히 삼성그룹의 3세 지배구조는 정·재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90년대 말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할 무렵부터 이미 상속세가 조 단위라는 얘기가 나왔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이 문제는 입 밖에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인 동시에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였다. 후계구도 재편 구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경우 상속세 부담으로 내부 지분이 줄고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었다.


최대 관건은 삼성생명 지분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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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 회장이 그룹을 지배한 핵심 키는 삼성생명 지분 20.76%였다.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51%에 달한다. 이 회장 별세 이후 삼성생명 지분 상속이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부친의 지배구조를 그대로 물려받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삼성그룹은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2014년부터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왔다. 2015년 마무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합병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윤곽은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어느 정도 굳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8년 4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당시 생존해 있던 이건희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 부회장이 와병 중인 부친을 대신해 실질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것 외에 삼성그룹 지배구조 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공정위 총수 변경의 가장 큰 이유였다.


6년 이상 복기 또 복기…해법 마무리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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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1%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사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4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60%),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60%), 이 회장(2.90%) 등 이 부회장 일가 소유의 삼성물산 지분은 31.90%에 달한다.

이 회장 생전에는 이런 구조에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4.18%와 삼성생명 지분 20.76까지 더해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었다.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의 큰 틀 외에 이 회장의 지분(삼성생명 20.76%·삼성전자 지분 4.18%·삼성물산 지분 2.90%·삼성SDS 지분 0.01%)을 두고 그룹 내부에서 유력하게 검토하는 시나리오는 아직 공개되지 않지만 시장에서는 짧게 잡아도 이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6년 6개월 동안 삼성이 지배구조의 해법을 상당 부분 마무리지었을 것으로 본다.


삼성물산에 증여 카드도…"100% 확정 시나리오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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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등이 현재 지배구조를 최대한 유지하려 한다면 연부연납제도(5년 동안 6차례에 나눠 상속세를 납부하는 제도)와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10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이 부회장 일가가 지난해 계열사 보유지분으로 받은 배당소득이 7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해 배당소득을 늘린다고 해도 5년 동안 매년 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감당하기에 충분치 않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그룹 경영권을 자녀들에게 승계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을 감안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과 삼성생명 지분을 직접 상속받는 대신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물려받도록 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시나리오라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상속세는 삼성물산이 자산수증이익에 대한 법인세 형식으로 대신 내게 돼 부담이 덜하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5.5% 가량을 처분해야 할 가능성을 놓고 삼성물산이 매입하는 방안이 이미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검토할만한 시나리오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 2.90%만 상속받아도 그룹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그룹 내부 상황에 밝은 재계 한 인사는 "이 부회장을 둘러싼 재판이 진행 중이고 정치권의 법안 처리가 어떻게 될지 변수가 많아 어떤 방식이든 100% 확정적인 시나리오는 없는 상황"이라며 "지배구조를 최대한 지켜내는 방향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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