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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30평대 아파트에 방 5개…판교 2000대 1 낳은 '알파룸'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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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별내·과천·감일 등 '로또' 분양 단지들에

알파룸·베타룸 경쟁…84㎡에 방 5개까지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으로 방 수요 늘어

중앙일보

코로나 영향으로 방이 많은 아파트가 부활하고 있다. 대개 방 3개를 갖추는 중소형 주택형에 방 5개까지 나왔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견본주택. 코로나로 관람객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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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남양주시 별내지구 ‘별내자이더스타’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만난 40대 주부 김모씨. 방이 많은 집을 찾고 있다고 했다. 초·중학생 자녀 둘에게 각자의 방을 주려는 것만이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온라인 수업으로 개별 방이 필수가 된 데다 남편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별도의 방이 있어야 했다. 김씨는 “집에서 쉬기만 하면 방이 적어도 되지만 이제 공부도 하고 일도 해야 하니 그만큼 분리된 공간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로 많은 방을 갖춘 주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온라인 수업, 재택근무 등의 영향이다. 수요 변화에 맞춰 분양시장에도 방 개수를 늘린 평면 개발이 두드러진다. 국민주택 규모로 중소형인 84㎡(이하 전용면적)에 방 5개까지 등장했다. 최근 분양에 들어간 수도권 ‘로또’ 분양 단지가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기존 방 3개에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알파룸’ 혹은 ‘베타룸’ 경쟁이 치열해졌다.



판교 중소형 방 4개 경쟁률 2000대 1



주변 시세보다 3.3㎡당 1000만원 정도 저렴한 별내자이더스타는 84㎡ 3가지 타입 중 2가지 타입에 방 4개를 설계했다. 안방 옆에 옷 등을 보관하는 드레스룸을 줄여 베타룸을 만들었다. 침대를 넣을 만큼 넓지 않지만 책상을 두고 공부나 업무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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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내자이더스타 전용 84㎡는 기존 방 3개 외에 방 2개(알파룸, 베타룸)를 더 설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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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에 방 4개를 두기가 쉽지 않은데 다른 84㎡ 타입은 더 나아가 베타룸 외에 알파룸까지 들여 방을 총 5개까지 쓸 수 있다. 자녀들이 쓰는 방 옆에 침실의 절반 정도 되는 공간을 만들었다. 박희석 분양소장은 “학습 능률을 높이기 위해 자는 방과 공부하는 방을 나눠 알파룸을 독서실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99㎡는 방 4개를 기본으로 두고 안방 옆에 추가로 베타룸을 넣을 수 있다.

3개 단지가 동시분양에 들어간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도 알파룸·베타룸을 볼 수 있다. 푸르지오오르투스는 84㎡보다 조금 작은 74㎡에 알파룸을 넣어 방을 4개까지 쓰게 했다. 르센트데시앙이 84㎡에 알파룸, 99㎡엔 방 3개 외에 알파룸·베타룸을 설계했다. 푸르지오어울림라비엔오도 84㎡에 알파룸을 두고 99㎡에 알파룸·베타룸을 설치한다.

하남시 감일지구 감일푸르지오마크베르 114㎡는 거실과 안방 사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알파룸을 둔다.

알파룸·베타룸이 가능한 것은 발코니 확장 덕이다. 별내자이더스타처럼 3면이 외부에 접한 3면 개방형의 경우 3면에 발코니를 두다 보니 그만큼 확장할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진다. 2005년 말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한 후 2006년 3월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동시분양에 발코니 확장을 통한 다양한 평면이 선보였다. 당시 풍성신미주가 처음으로 ‘중소형=방 3개’의 공식을 깨고 방 4개를 설치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판교 청약자 3분의 1인 10만여명이 몰려 경쟁률이 2073대 1에 달했다.

그 후 가구원 수 감소 등으로 방 개수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방 3개가 대세였고 일부는 방을 두 개만 쓰고 거실을 더 넓히기도 했다. 2005년 2.9명이던 평균 가구원 수가 지난해엔 2.3명이 됐다.

그러다 다시 코로나로 되살아난 ‘방 4개’는 앞선 분양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3월 인천시 검단신도시 우미린에코뷰의 방 4개짜리 84㎡A타입 경쟁률이 52.8대 1로 전체 평균 경쟁률(27.2대 1)의 2배였다.



확장으로 사라지던 발코니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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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건설이 현관 옆에 온라인 수업이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클린존' 평면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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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들이 코로나 대응 평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방 개수가 많은 아파트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롯데건설이 침실과 업무공간, 학습공간을 분리한 '홈오피스 평면'을 개발해 지난달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 신동탄롯데캐슬나노시티부터 적용했다. 안방 옆 드레스룸에 책상과 책꽂이형 선반, 서랍으로 구성된 시스템 가구를 넣었다.

신동아건설은 아파트에서 사무실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지큐-베타’ 평면을 만들었다. 현관 입구에서 거실로 향하는 중문 외 별도 공간을 ‘클린룸’으로 꾸며 재택근무와 공부에 필요한 가구를 들인다. 김봉규 신동아건설 부장은 “클린존에 미세먼지와 바이러스 차단이 가능한 에어클린시스템과 건식세면대를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홈오피스나 홈스쿨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 세분화와 함께 발코니 등 외부 공간도 진화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아파트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햇볕·바람 등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당처럼 쓸 수 있는 테라스 수요가 증가하고, 확장으로 사라지던 발코니가 재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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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이 안방 옆 드레스룸을 공부방이나 사무공간으로 쓸 수 있게 만든 '홈오피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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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에 분양한 e편한세상홍제가든플라츠는 화분을 놓거나 인근 백련산을 조망할 수 있는 작은 개방형 발코니를 넣었다. 테라스처럼 외부에 노출된 공간이다. 앞서 지난해 5월 분양한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가 거실 발코니를 전부 확장하지 않고 정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게 일부를 남겨뒀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코로나로 외부 출입이 제약을 받으면서 집을 나가지 않고 집 안에서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기능의 평면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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