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694523 0362020102763694523 03 0303001 6.2.0-RELEASE 36 한국일보 0 false true false false 1603740600000 1603740675000

[단독] 정관계 로비 실탄? 옵티머스 투자금 220억, 대표·이사가 챙겼다

글자크기
[옵티머스 자금흐름 추적 ①]
한국일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에 숱한 의혹이 제기되지만 결국 핵심은 ‘자금의 흐름’이다. 옵티머스가 투자자의 돈을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썼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돈의 종착지가 어디냐에 따라 사건 향배는 달라진다. 한국일보는 옵티머스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집중 조명한다.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환매에 실패한 투자금 약 5,200억원 중 220억원 가량이 두 단계 자금 세탁을 거쳐 옵티머스 김재현(50·구속기소) 대표와 같은 회사 이동열(45·구속기소) 이사에게 흘러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돈은 옵티머스 대표와 이사가 필요에 따라 사용하기 위해 ‘쟁여 둔 돈’ 일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시도 정황이 드러난 만큼, 이 돈 중 일부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는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5227억, 옵티머스가 세운 SPC로 이동


2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옵티머스가 판매한 펀드 중 환매가 안 된 건 2019년 7월 중순 이후 판매된 46개다. 이 펀드들을 통해 옵티머스로 들어온 돈은 모두 5,227억원이다. 옵티머스의 펀드 상품설명서대로라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돼야 할 돈이다. 다만 옵티머스가 펀드 투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담아 놓은 집합투자규약의 투자 대상에는 ‘사모사채’도 올라 있다.

옵티머스는 이를 활용해 5,227억원을 우선 6개 법인이 발행한 사모사채에 투자했다. △씨피엔에스 발행 사모사채에 2,053억원 △아트리파라다이스 2,031억원 △라피크 402억원 △대부DK 416억원 △충주호유람선 160억원 △블루웨일 165억원 등이다. 사모사채 발행액만큼 각 법인에 옵티머스의 투자금이 넘어간 것이다.

그런데, 이들 6개 법인은 모두 옵티머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다시 말해 옵티머스 지배 아래 있는 페이퍼컴퍼니(실체 없이 서류로만 존재하는 기업)였다. 옵티머스가 펀드로 투자 받은 돈 5,227억원을 여전히 옵티머스가 실질적으로 쥐고 있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집합투자규약상 사모사채 발행 법인에게 투자된 것처럼 꾸며졌다는 얘기다. 옵티머스의 ‘1차 돈 세탁’이다.
한국일보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이 간판이 떼어진 채 비어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트러스트올, 셉틸리언, 이동열 이사… 1100억 '저수지' 역할


옵티머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6개 SPC에서 5,227억원 중 약 1,160억원이 특정 법인과 개인에 이체된다. '2차 돈 세탁' 작업으로, 돈을 사용하기 전 잠시 모아두는 ‘저수지’ 단계에 해당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법인과 개인은 △트러스트올 △셉틸리언 △이동열 옵티머스 이사다.

트러스트올은 이동열 이사가 대표인 법인이고, 셉틸리언은 김재현 대표의 부인과 옵티머스 지분 9.8%를 가지고 있던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각각 절반씩 지분을 소유한 법인이다. 모두 옵티머스와 특수관계인 것이다. 특히 1,160억원 중 상당 부분이 트러스트올과 이동열 이사에게 간 것으로 알려져, 이동열 이사가 저수지 작업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일보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흐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돈세탁 거친 220억, 김재현 대표·이동열 이사에게


주목할 건 세번째 단계다. 트러스트올, 이동열 이사, 셉틸리언에 모였던 1,160억원 중 약 220억원이 김재현 대표와 이동열 이사에게 흘러갔다. 돈은 이들의 개인 계좌뿐 아니라, 사실상 이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다수 계좌를 통해 흩어져 들어갔다. 투자자의 돈을 두 단계 세탁을 거쳐 김재현 대표와 이동열 이사에게 빼돌린 셈이다.

옵티머스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돈세탁을 거쳐 넘어간 220억원은 김재현 대표와 이동열 이사가 누구의 제한도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돈이 된 것”이라며 “실제 이 돈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이들 말고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옵티머스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김재현 대표와 이동열 이사 등 옵티머스 관계자를 상대로 220억원의 용처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옵티머스가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검찰은 이 돈 중 일부가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포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00억은 펀드 돌려막기에 사용


2차 돈 세탁을 거치고 남은 자금 약 940억원과 SPC에 남아있는 4,067억원은 ‘펀드 돌려막기’와 ‘각종 투자’에 사용됐다. 이 중 약 2,500억원은 2019년 7월 중순 이전에 출시된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자금으로 빠져나갔다. 옵티머스는 앞서 출시한 펀드의 상환 자금을 뒤이어 출시한 펀드를 통해 들어온 투자금으로 막는 '돌려 막기'를 해왔다.

나머지 약 1,865억원은 68개의 투자처로 흩어졌다. 옵티머스 자금 흐름 중 그나마 ‘투자’라 칭할 만한 것이지만, 이 투자 목록에도 애초에 투자하겠다던 공공기관 매출채권은 없었다. 대신 각종 부동산 사업과 기업들의 이름이 투자처로 등장한다. 300억원 가량은 김 대표가 주식·선물옵션 등 개인적인 투자에 사용했다.

이 외 342억원 정도는 예금·신탁 및 펀드 운영비 등으로 사용됐다. 옵티머스는 펀드 돌려막기를 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돈은 사채를 끌어 써, 사채이자 비용도 이 돈에서 지불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