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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건희 회장 별세] 김종인 회고록 속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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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자동차 산업 인가 등 놓고 갈등

아주경제

고 이건희 회장 빈소 찾은 김종인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26일 오후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0.10.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2020-10-26 16:01:05/ <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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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의 거목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가운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고인의 생전 인연에 관심이 모인다. 여야 지도부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이 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었는데, 고인과 인연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 위원장 한 사람이다. 김 위원장은 1940년생, 이 회장은 1942년생으로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겪은 세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고인에 대해 “내가 경제수석을 할 때 자주 만나고 그런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산업 전반을 봤을 적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드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창의적인 머리를 갖고 오늘날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산업,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고인에 대해 높은 평가를 했지만, 김 위원장은 자신의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 이 회장과의 악연을 기술해두기도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 위원장은 재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회고록에는 익명으로 기술했지만, 정황상 이 회장을 가리키는 일화가 다수 있다. 몇 가지를 소개한다.

“1991년에 기업이 여러 업종에 진출하지 말고 잘할 수 있는 업종 3가지에만 주력하도록 방침을 정해 발표했다. 대통령이 직접 그런 정책을 발표했는데, 바로 그즈음 신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나선 재벌이 있었다. 정부의 정책쯤이야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가 아니고 무엇일까. 게다가 전자 산업이 주력인 재벌이었는데 느닷없이 자동차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략) 내가 경제수석으로 있는 동안에는 자동차 사업을 허가해주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의사 표시를 분명히 했다. 그랬더니 전직 총리, 장관, 대통령 측근 등 온갖 인맥을 동원해 엄청나게 로비를 해댔다. 한번은 그 재벌 회장을 만났더니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나는 대통령이랑 형님 동생 하는 사이란 말이야. 어젯밤에도 대통령 안방에서 대통령 부부랑 우리 부부가 함께 식사를 했어.’ 내게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었을까? ‘회장님께서 대통령을 만나 저녁을 드신 것이 저랑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하고 물으니 ‘그래도 허가를 안 해 주겠나?’하고 묻더라. (중략) 내가 경제수석 자리에서 물러나니까 2개월 만에 그 재벌의 자동차 사업은 승인이 떨어졌다. IMF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상용차 부문이 먼저 날아갔고, 승용차도 문제가 생겨 결국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 그렇게 5조원 가량을 허공에 날렸다. 한 사람의 소원을 위해 5조원을 소각한 셈이다. 국가 경제의 합리성이란 개념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이다.”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와 관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신랄한 평가를 기술하기도 했다.

“기어이 자동차 사업을 하겠다며 ‘나는 한번 하려고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라고 말했던 그 재벌 총수의 회사는 30년 후에 큰일을 저질렀다. 대통령 최측근에 있는 이른바 ‘비선실세’에게 접근해 재벌의 부자 승계 문제 해결을 잘 협조해달라고 청탁했던 일이 드러났다. 그런 사건 등으로 대통령이 탄핵됐고, 총수의 아들도 수갑을 차고 감옥에 갔다. 그때 내가 놀랐던 것은 정권의 비선실세가 과연 누구인지, 누구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그 재벌이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른 재벌들이 엉뚱한 사람을 비선실세로 잘못 알고 허튼 로비를 시도하고 있을 때에도, 모든 언론이 비선실세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던 시절에도, 오직 그 재벌만은 누가 비선실세이며 그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취향과 요구까지 정확히 알고 접근했다. 과연 그들은 ‘하려고 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는’ 영악함과 집요함을 지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무기로 온갖 정보와 인맥을 사들이고 있을 것이다.”

김도형 기자 semique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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