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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년 맛집이라더니 실망” SNS 후기 본 법원…부산 고깃집 베낀 서울 고깃집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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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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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암소갈비집 불판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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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도 나온 55년이나 된 맛집이라더니 실망했어요.”

부산 해운대구에서 1964년부터 ‘해운대암소갈비집’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해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이 같은 후기를 보며 속앓이를 했다.

SNS의 해당 게시물에 등장한 가게의 이름은 해운대암소갈비집. 상호만 같은게 아니다. 오목하고 둥근 철판에 갈비를 구워먹은 뒤 감자사리면을 테두리의 홈에 넣어 볶아먹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까지 A씨 가게와 똑같았다. 다른 것이라면 이 가게는 2019년 3월 영업을 시작했고, 서울에 있다는 점이다. A씨 허락을 받은 체인점이나 분점도 아니었다.

A씨는 서울의 해운대암소갈비집 주인 B씨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며 같은 상호로 음식점을 운영할 수 없도록 청구하는 소송을 걸었다. A씨는 “식당의 상호와 갈비구이 후 감자사리면을 제공하는 서비스 방식 등 종합적인 외관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고 주장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특정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색채, 크기, 모양으로 지적재산권의 하나로 인정된다.

1심은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부당경쟁행위를 했는지 알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표권 침해를 인정할 만큼 서울 시민들이 부산에서 유명한 해운대암소갈비집의 이름과 이 식당의 서비스를 널리 알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반면 2심은 A씨의 손을 들었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B씨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 가게의 상표에 대해 “55년 이상 동안 축적한 명성, 신용, 고객, 흡인력,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화체(化體·체화와 같은 뜻)돼 재산적 가치를 갖는다”고 밝혔다. 서울 시민들이 부산의 가게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55년 이상 쌓은 A씨의 성취를 침해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2013년 7월 부정경쟁행위방지법 개정으로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카목)가 부정경쟁행위에 추가됐다. 재판부는 이 조항에 근거해 A씨의 이익이 침해됐다고 봤다. 이전에는 대표적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으로 ‘국내 널리 인식된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 그 밖에 상품 판매나 서비스 제공 방법 등을 유사한 것을 사용해 혼동하게 하는 행위’(가목)가 규정됐는데, 반대로 말하면 널리 인식된 상호가 아니라면 상표권 등을 보호받기 어려웠다.

재판부는 “부산에서 널리 알려진 가게가 서울에서도 잘 알려졌는지와 상관없이 카목의 입법 취지를 감안해 보호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SNS 후기를 보면 B씨의 식당이 A씨의 식당인 줄 알고 방문했다가 음식맛 등에 실망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며 “A씨가 노력으로 쌓아올린 신용, 이익 등이 손상되는 실증적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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