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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박근혜 석방하라"···박정희 추도식 갔다 야유받은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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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서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일부 참석자들이 김 위원장에게 항의하면서 소란이 일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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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 41주기 추도식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왜 보수를 버리려고 하느냐”고 김 위원장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등 소란이 일었다.

이날 추도식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민족중흥회 회장인 정재호 전 의원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수상쩍은 촛불 정권이 무능과 독선으로 국정을 견인하고 있다”며 “영어(囹圄)의 몸으로 고초를 겪는 따님(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땅바닥에 버려지기도 했다.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김 위원장이 1시간 20분쯤 뒤 자리에서 일어서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보수 유튜버들이 몰려갔다. 이들은 “왜 헌화를 하지 않느냐” “보수를 망치지 말라”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해달라”고 고함과 야유를 쏟아냈다. 김 위원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차량에 탑승했다. 당 관계자는 “당초 헌화를 하려고 했지만, 추도식이 예상보다 길어져 다음 일정을 위해 먼저 일어났다”며 “아무래도 민간단체에서 행사를 맡다 보니, 여러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온 것 같다. 위원장은 이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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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가 묘역 근처에 버려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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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왼쪽)과 주호영 원내대표(오른쪽)가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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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충돌에 대해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에 대한 당내 반발 여론의 한 단면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도 외연 확장을 내세운 김 위원장의 호남 껴안기 등 파격 행보가 반대급부로 전통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왔다는 해석이다.

실제 김 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감과 탄핵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내비치자, “역사적 평가를 왜 서두르려고 하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당 인사들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당에서 내세운 두 분의 대통령(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혹한 심판을 받고 있어서, 도덕적으로 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고, 21일에는 “과거를 명확하게 청산해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 재판 중이라 기다려보는데 상황에 따라 연내에 (대국민 사과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선 “여당 2중대 노릇을 한다”(홍준표 무소속 의원), “보수의 역사를 청산 대상으로만 축소해 폄훼했다”(영남 중진의원)는 반발이 나왔다. 한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도 이번 추도식에서의 거센 반발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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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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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했다.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인 2016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산업화를 성공으로 이끈 공로를 부인하지 못한다”며 “내가 건의한 국민건강보험도 박 대통령의 결심으로 도입됐다”고 평가했다. 1977년 보건사회부가 강력히 반대하는 와중에 의료보험제도를 강행한 박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 발언이었다. 같은 날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서 “국부라고 할지 몰라도 3ㆍ15 부정선거로 민주주의를 파괴, 불미스럽게 퇴진했다”고 박한 평가를 한 것과 대비됐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 시절엔 박근혜 대선 후보에게 “국민 통합 차원에서 아버지라는 걸 떨쳐버리고 객관적인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고 권유하기도 했다. 당내 반발이 컸지만, 박 후보는 그해 3월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분들께 저는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 사과를 드린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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