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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움직임에 일감 끊은 롯데택배…“사실상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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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민원 전화가 오면 벌금을 물리고, 한 달 15만 원 이상인 택배 상하차비를 택배 기사에게 부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가장 열악하고 비참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게 롯데택배 기사들입니다." ('롯데택배 불법적 직장폐쇄 규탄 기자회견' 발언 내용 일부)

올해 들어서만 10명이 넘는 택배 노동자가 과로나 생활고를 호소하며 숨졌습니다. 숨진 이들의 가족과 동료들은 택배업계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이유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 택배회사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계획하자, 사측이 일방적으로 파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들이 소속된 대리점에 택배 접수를 중단시켰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쉽게 말해 해당 대리점에 택배 물량이 못 들어가게 한 건데, 노동조합 측은 이러한 조치가 사실상 '직장 폐쇄'라고 말합니다.

■ "파업 찬반 투표도 안 했는데 직장폐쇄…불법행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어제(25일) 오후 6시쯤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경기도 성남시와 울산, 광주, 창원 등 일부 지점에 택배 접수 중단조치를 내렸습니다. 해당 지점들은 택배연대노조 롯데택배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곳입니다. 롯데택배 조합원들은 최근 사측과의 교섭이 결렬돼, 파업 등 쟁의행위에 돌입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이에 즉각 반발하며 오늘(26일) 오전 서울시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합법적 쟁의행위인 파업에 돌입하려면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와 신고 등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노조는 아직 파업 찬반 투표조차 하지 않은 상태"라며 사측을 규탄했습니다.

진경호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노조에 소속된 2백여 명의 택배 노동자들은 전산이 막혀 물건을 받지도 못했다"며 "본격적인 파업을 하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택배접수를 중단한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파업을 대비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부 전산을 조정한 것"이라며 "현재는 제한 없이 정상 조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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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작업환경"…롯데택배, 종합대책 발표

롯데택배 노동자들과 사측 간의 갈등은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노조 측은 오늘 중 조합원들의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해, 내일(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센터 앞에서 파업 등 투쟁 계획을 밝힐 예정입니다. 이들은 특히 과도한 분류작업과 벌금(페널티), 택배 물량을 차에 실어 옮기는 상·하차비를 택배 노동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롯데택배 강동지점에 근무하는 한 택배 노동자는 "새벽 여섯 시에 출근해 '까대기(분류작업)'를 시작하면,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본격 배송을 할 수 있다"며 "분류작업이 힘들다고 지적해도 사측은 해결을 하지 않고 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진 부위원장은 "롯데택배는 최악의 작업환경"이라며 "15만 원에서 20만 원이 드는 상·하차 비용을 노동자들이 직접 부담하는 곳은 롯데택배 뿐이며, 고객 민원이 들어오면 기사들이 벌금을 내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오늘(26일) 택배 기사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 수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이 밝힌 종합 대책에는 분류지원 인력을 단계별로 천 명가량 투입하고, '산재보험 100% 가입'을 계약 조건에 반영시키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노조 측이 지적한 '페널티 제도'에 대해서는 "택배기사들이 아닌 대리점에 부과했던 것"이라고 해명하며 이 또한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상·하차 지원금도 차차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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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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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서 개선 외침…"구조적 해결 필요"

오늘 낮 2시에는 서울 용산구 로젠택배 본사 앞에서 '갑질 로젠택배 규탄 및 불공정 계약 해결 촉구'라는 이름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참석자들은 지난 20일 부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로젠택배 소속 김 모 택배 기사의 죽음을 추모했습니다. 이어 사측이 불공정 계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비슷한 시각, 서울 광진구에서도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분류작업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습니다. 우체국 물류지원단 앞에 모인 이들은 "분류작업에 인력을 투입하기로 했던 우정사업본부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끊이지 않는 택배 노동자들의 비극적 소식에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들까지 나서 택배 노동자들의 죽음을 추모하며 연대와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만, 문제 해결의 중심에 있는 택배회사 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유민 기자 (reas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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