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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아랍국 프랑스산 불매운동 "이슬람을 적으로 만드는 마크롱에 대한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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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랍 국가들이 자국 내 이슬람에 강공책을 펴고 있는 프랑스 정부에 항의하는 의미로 프랑스산 물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번 불매운동은 민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각국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막을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사 참수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지원단체를 해산하고 라이시떼(정교분리·공공장소에서 종교적 행위를 금지하는 것)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경향신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판하며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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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타임스는 지난 21일부터 요르단과 쿠웨이트, 파키스탄, 알제리,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티 등에서 프랑스산 물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소비자들에게 프랑스 물건을 선택하지 말라는 차원이 아니라, 각 매장 진열대에서 프랑스산 물건을 빼내는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불매운동은 비정부기구 등 민간이 주도하고 있고,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프랑스24는 “쿠웨이트의 비정부기구 소비자협동조합 연합이 프랑스 물건들을 매장에서 퇴출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협동조합은 쿠웨이트 소매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른 아랍국가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불매운동이 열리고 있다. 특히 SNS에서는 ‘#FranceBoycott’ ‘#BoycottFrenchProducts’ ‘ #Our_Prophet_is_a_red_line’등의 해쉬태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을 알리는 사진으로 SNS 프로필을 바꾸는 운동도 전개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프랑스 유통 체인인 까르푸 매장에 대한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통해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사뮈엘 파티 교사 참수 테러 이후 이어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과 프랑스 정부의 대응에 대한 맞대응이다. 무함마드의 만평을 수업시간에 교재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중학교 역사교사 사뮈엘 파티가 한 무슬림 청년에 의해 길거리에서 참수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마크롱 대통령은 이슬람을 향해 연일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 21일에는 추도식을 거행하며 “이슬람이 우리의 미래를 원한다”며 “결코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태레검찰청은 이슬람 관련 단체들 수십 곳을 급습했고, 프랑스 내무부는 이 단체들 중 일부를 해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팡탱의 한 유명 이슬람 사원에는 6개월동안 폐쇄 명령을 내렸다.

불매운동은 추도식 이후 본격화됐다. 살인행위는 잘못됐고 용납할 수 없지만, 프랑스 정부가 이슬람 전체를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특히, 무함마드를 어떤 식으로든 묘사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이슬람의 오랜 정서를 무시하고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보여주겠다고 밝히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가 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 중에는 무함마드의 나체를 우스꽝스럽게 그린 것도 있다.

쿠웨이트의 비정부기구 소비자협동조합 연합 회장은 로이터에 연합회 회장은 로이터에 “모든 프랑스산 제품이 협동조합 매장에서 퇴출됐다”며 “프랑스 정부가 반복적으로 무함마드를 모욕한 것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한 요르단 학생은 자신의 SNS에 “참수사건은 잘못된 것이지만, 인종차별주의자와 이슬람혐오주의자들이 수십년동안 무슬림에게 가하고 싶었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썼다.

각 정부와 이슬람단체에서도 비판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아랍권 57개국이 가입한 이슬람협력기구(OIC)는 24일 “야만적인 살인을 규탄한다”면서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신성모독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25일 트위터에 “마크롱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이슬람을 공격함으로써 이슬람 혐오를 조장하는 길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24일 의회연설에서 마크롱을 향해 “정신감정부터 받아라”라며 독설을 퍼부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케 대통령은 25일에도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정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25일 “중동의 몇몇 나라에서 불매운동과 프랑스에 대한 증오선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즉각 중단해달라”며 “일부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이 증오를 선동하며 표현과 양심의 자유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왜곡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같은 날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외무부 성명으로 불매운동을 멈춰달라는 성명을 낸 것 자체가 이런 움직임이 프랑스에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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