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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치적 ‘미중 무역전쟁’에도 미국 제조업은 살아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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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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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뒷줄 왼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뒷줄 오른쪽)가 핼러윈을 앞두고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행사를 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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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관세맨(Tariff Man)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붙인 별명처럼 2018년부터 중국산 제품에 막대한 과세를 부과했지만, 미국의 제조업은 살아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여 미국 제조업을 살리고 있다고 자랑했던 것과 달리 제조업 일자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부터 하향세를 보이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중국과 서로 고율관세를 치고받는 무역전쟁을 치렀다. 올해 1월 관세 보복의 악순환을 봉합하는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한 뒤 교역국들을 대상으로 한 공세를 잠시 멈췄지만 지난 6월 중국 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유럽, 캐나다, 한국에도 줄줄이 관세폭탄을 예고하면서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캠프는 이같은 ‘관세 정책’이 미국 내 제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치적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WSJ는 “2018년에 일시적으로 제조업이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중국이 미국 제품에도 보복 관세를 적용하고, 미국 수입업자들이 베트남, 멕시코 등 더 저렴한 상품 공급원을 찾아가면서 제조업 살리기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2016년 11월부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장폐쇄가 불가피했던 올해 3월까지 미국 제조업 일자리가 40만개 늘어났다는 통계자료를 인용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WSJ는 “제조업 일자리 증가의 약 75%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1차 관세 정책을 적용한 2018년 7월 이전에 만들어졌다”면서 “그뒤로 곧 정점을 찍은 뒤 2020년 초까지 제조업 일자리 증가가 정체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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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WSJ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분석한 산업별 관세 영향 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내 제조업 일부에서 고용이 0.3%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중국이 미국 제품에 관한 보복관세를 적용하자 중국 수출에 의존했던 미국 공장에서 일자리가 0.7%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WSJ는 관세 전략으로 피해를 입은 미시간주의 기업 헴록 사례를 들었다. 헴록은 컴퓨터 칩과 태양 전지에 사용되는 폴리실리콘을 만들어 중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역효과를 낳았다. 중국은 미국 제품에 보복관세로 대응해 헴록의 제품을 비싸게 만들었다. 중국에서 부품을 구입하는 미국 회사들도 더 많은 비용 지출이 생겨났다. 헴록의 필 뎀보스키 판매최고책임자는 중국에 판로를 찾으려 했지만 중국 수입업자들이 모두 “그런 높은 관세를 낼 여력이 없다”며 거절했다고 WSJ에 말했다.

문제는 중국이 보복관세는 물론 미국 수입품을 대체할 자국 공장 건립에 나섰다는 것이다. 태양광 패널을 만드는 중국 기업들은 2010년 헴록과 같은 미국 기업에서 만든 폴리실리콘을 10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은 중국의 경제 계획인 ‘메이드 인 차이나 2025’에서 전략산업으로 선정됐고,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공장 건립도 계획 안에 들어갔다. 헴록은 중국이 고객이 아닌, 경쟁자가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WSJ에 설명했다. 마크 바셋 헴록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고전적인 산업 전략으로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게 될 것이고, 중국 기업들은 환경·안전 기준의 강제 적용도 받지 않아 매우 낮은 가격으로 폴리실리콘을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폴리실리콘을 만드는 다른 나라의 기업들은 폐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정책’을 펼친 건 트럼프 행정부만은 아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산 타이어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철강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일본 TV와 컴퓨터에 ‘관세 정책’으로 맞섰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률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흐름을 바꿀 만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무역 전문가 채드 보운은 “대공황기에 스무트-하울리 관세 이후 가장 큰 관세 사용”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28년 하락한 농산물 가격을 올리기 위해 스무트-헐리 관세법을 제정했다. 이후 이 관세법은 제조업까지 확대됐고, 그 결과 40개국 이상에서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평균관세 수준이 거의 60%까지 상승하며 역사상 가장 높은 관세를 기록했고, 1933년 세계무역교역량은 1929년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운은 “미국의 관세정책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 무역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관세 정책을 펼쳤지만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에 이익을 가져왔는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전문가도 다수다. 미국보수연합의 경제 전문가 데릭 시저스는 당초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그 노력이 대부분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저스는 “높은 관세를 적용한 이유가 있겠지만, 적어도 일자리 창출만큼은 이뤄내지 못했다”고 WSJ에 말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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