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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의 속국' 논란, 독일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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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어떤 독일] 훔볼트포럼 한국갤러리 사태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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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중인 훔볼트포럼 ⓒ SHF / GIULIANI | VON G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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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2월 열리는 독일 훔볼트포럼(Humboldt Forum) 내 아시아미술관의 한국 갤러리 워크숍에 대한 한국 지원이 중단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당초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해 4차례 워크숍을 열기로 기획됐으나, 한 회만에 지원이 보류된 것. 아시아미술관은 결국 한국 지원 없이 지난 10월 15일 마지막 워크숍을 끝냈다.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워크숍에는 뉴욕대학 베를린캠퍼스 아네트 뢰제케 박물관학 교수, 베를린자유대 이정희 동양미술사학과 교수, 케이트 허스 리 한국 작가 등이 참여해 한국 갤러리 콥셉트를 논의했다.

한국 갤러리 워크숍에 한국 지원이 중단된 이유는 첫 워크숍 때 담당 큐레이터가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라고 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후 한국에서는 독일 큐레이터의 역사관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일었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은 8월말 독일 측에 지원을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표면상은 연기지만 사실상 취소다.

이에 대해 독일 측 담당자들은 기자를 만나 유감을 표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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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볼트포럼 아시아미술관 이미지 ⓒSHF / Stiftung Preußischer Kulturbesitz / Ausstellungsgestaltung: Ralph Appelbaum Associates / malsyteufel / Architekt: Franco Stella mit FS HUF PG ⓒ S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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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국' 발언의 진실은?

올 12월 개관을 앞둔 훔볼트포럼은 베를린 궁전을 재건한 것으로 예술과 과학, 다양한 문화와 사상이 교류하는 문화 플랫폼을 표방한다. 베를린시 아시아미술관과 민속박물관도 이곳으로 이전되며, 아시아미술관 전시의 일부로 한국 갤러리가 설치된다.

지난 7월 24일 처음 열린 '한국을 전시하다-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 워크숍 시리즈는 한국 갤러리를 어떻게 하면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담당 큐레이터인 우타 라만 슈타이네어트는 워크숍 당시 아시아미술관의 한국 갤러리 소장품이 적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문화재 수집가 등이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라고 인식했고, 한국 문화재를 구하는데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후 워크숍 참석자 중 일부가 '큐레이터가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말했다'며 큐레이터의 역사관을 문제 삼았다.

라만 슈타이네어트 큐레이터와 아시아미술관 언론담당관 티모 바이스베르크는 지난 8월 말 기자와 만나 한국에서 '오해'가 벌어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라만 슈타이네어트는 "제가 한국을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다. 저는 (워크숍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면서 "그런 오해가 벌어지고 워크숍 지원이 중단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큐레이터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그 당시 중국을 오가던 독일 수집가들이 그렇게 인식했다는 것이다.

한국 갤러리가 중국과 일본 갤러리에 비해 규모가 작고, 중국 공간 안에 자리잡은 것도 문제가 됐다. 한국관의 규모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의 지원 없이 독일 소장품만 가지고 전시를 구성한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독일 측은 설명했다. 아시아미술관의 한국 소장품은 130여 점. 수도 적었고, 소장품 자체도 다채롭거나 인상적이지 않은 건 사실이다. 워크숍 자체도 현실적으로 한국 갤러리를 위한 별도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관을 다른 국가와 구분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였다. 중국 갤러리와 어떻게 구분될지는 12월 개관 이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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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월 훔볼트포럼에서 오픈 예정인 전시 '베를린 글로벌(Berlin Global)' ⓒKulturprojekte Berlin und Stiftung Stadtmuseum Berlin / Foto: Alexander Schippel ⓒ Alexander Schipp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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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주의 비판한다더니" vs. "한국 갤러리는 역사박물관이 아니다"

아시아미술관의 한중일 구성에 대해 비판이 컸던 이유는 훔볼트포럼 스스로 '식민주의 유산과 유럽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논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관에는 이런 논점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바이스베르크 아시아미술관 언론담당관은 이렇게 해명했다.

"훔볼트포럼에 들어설 아시아미술관과 민속박물관의 상시전시에 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비판적인 토론뿐만이 아닙니다. 식민주의 주제가 훔볼트포럼 상시전시에 있어서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는 소장품의 맥락과 관련이 있을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중국 의화단 운동 당시 약탈된 문화재에는 식민주의 맥락이 분명하게 전시되지만, 특정 국가의 전시 전체가 식민주의를 다루는 게 아닙니다.

그 이외에 전시들은 개개의 소장품에 따라서 다양한 맥락으로 다뤄집니다. 종교와 젠더, 조형물, 예술적 해석,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맥락, 현대 미술, 수공예 기술 등 소장품마다 다양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들이 말하는 식민주의 역사는 당사자인 유럽의 식민주의다. 가해국가, 피해국가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약탈해간 식민주의 맥락의 예술품을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독일 정부가 약탈 문화재의 원 주인을 찾아 돌려주는 정책을 취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행보다.

바이스베르크는 이어 "한국 갤러리는 아시아미술관 전시의 일부이지, 역사박물관이 아니다. 예술사와 예술학적으로 접근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미술관은 아시아의 역사와 식민주의를 다루는 곳이 아니라 아시아의 '예술'을 다루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한국 갤러리 규모보다 중요한 것

훔볼트포럼에는 아시아미술관만 있는 게 아니다. 건물 전체에서 수많은 전시회, 행사, 공연, 교육이 동시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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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볼트포럼 건축예술 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한 강선구 작가의 작품 "Statue of Limitations" ⓒKang Sunkoo / Stiftung Humboldt Forum im Berliner Schloss / David von Becker ⓒ Stiftung Humboldt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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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을 앞둔 훔볼트포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 중 하나는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훔볼트포럼 중앙계단홀에 전시될, 건축예술 공모전에서 1위를 수상한 강선구 작가의 작품 "Statue of Limitations"이다. 식민주의를 형상화 한 11미터의 청동 깃발 절반은 훔볼트포럼에, 나머지 절반은 베를린 아프리카지구에 설치된다. 이 작품은 설치 과정부터 지금까지 훔볼트포럼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소개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그 어떤 전시품보다 더 주목받는 작품이다.

각 국가관의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방문자들의 머릿속에 남을 인상적인 작품 한 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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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볼트포럼 민속학박물관 전시 이미지ⓒSHF / Ausstellungsgestaltung: Ralph Appelbaum Associates / malsyteufel ⓒ S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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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담론의 장

전 세계 주요 박물관에서 한국관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서구권의 빈약한 관심과 지식은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학 학자들은 물론 온라인 '화력'을 자랑하는 한국 시민들 덕분에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의 한국관 설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런 상황에서 훔볼트포럼 큐레이터에 대해 쏟아진 한국의 비난과 이로 인한 한국 측 지원 중단은 안타까운 결과다. 독일 큐레이터가 실제로 그런 인식을 가지고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라 말했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지원을 더 강화해서 담론의 장을 넓히고 깊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훔볼트포럼 아시아미술관에 설치되는 일본식 다도실의 경우, 2005년부터 아시아미술관에서 정기적으로 열렸던 일본식 다도 행사의 연장선에서 기획됐다. 15년 가까이 꾸준히 이어져 온 교류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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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훔볼트포럼 아시아미술관에 설치될 일본 다도실 ⓒ SHF / URA Architects & Engineers ⓒ SH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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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이 논란이 되자 평소에는 독일에 관심 없던 기관과 정치인들이 너도나도 성명서를 쓰고 독일에 서한을 보냈다. 일본이 도시마다 자매교류를 맺고 수시로 청소년부터 정치인까지 교류하며 관계를 돈독히 할 동안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디서 뭘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독일을 비롯한 서구 사람들이 당시 아시아,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졌던 편견은 실재한 사실이다. 바이스베르크는 또한 "제가 알기로 아시아 지역의 식민주의 주제는 동아시아에서 여전히 아주 대립적으로 논쟁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속학박물관과 아시아미술관의 학자들은 (독일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유럽의 식민주의 문제를 다루며 전시에 반영하지만, 동아시아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중립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들의 빈약한 인식을 바로잡는 건 오늘의 한국이 해야 할 일이다. 비판의 목소리에 놀라 담론의 장을 아예 없애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담론의 장을 이어가는 일이다.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다.

이유진 기자(heyday11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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