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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박상기 전 법무장관 "윤석열 어이가 없다"...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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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
"검찰 사무 총괄하는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선처라니"
"윤석열,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는 지위라 착각"
한국일보

2018년 6월 21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박상기(왼쪽)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안부 장관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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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도중 윤석열 검찰총장이 말한 이른바 '조국 선처' 발언을 26일 정면 반박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박 전 장관은 비검찰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전임자로 조 전 장관의 후보자 지명, 청문회 상황에서 장관을 지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당시 장관 후보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처음 압수 수색한 지난해 8월 27일 오후 윤 총장을 만났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국무회의 참석 도중 차에서 (조 후보자에 대한 압수 수색 관련) 보고를 받았다며 "(윤 총장에게)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라며 "너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만나자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장관은 "(윤 총장이) 이번 국감에서 조국 당시 후보자가 사퇴를 하면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러한 어떤 여지가 생기겠다 이런 발언을 했다"며 "그 이야기는 사퇴가 목표가 아니었는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선처' 발언과 관련 박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이기에 검찰총장에게 선처를 부탁할 일은 없다"며 "'선처'라는 표현을 쓴 것이 어이가 없다. 당시 '조 후보자가 사퇴를 하면 원만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 감사에서 "윤 총장이 '조 전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박 전 장관 주장이 거론됐다. 윤 총장은 그러자 "당시 박 전 장관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조 전 장관) 선처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야당과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데 만약 (조 전 장관이) 사퇴한다면 좀 조용해져서 일처리 하는 데 재량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드렸다"고 답했다.

윤 총장이 이번 국감에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박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선 "잘못된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장관은 "보통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고 옛날 영의정을 표현하는데, '무인지하 만인지상'(無人之下 萬人之上)처럼 어느 누구로부터도 통제받지 않고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는 그런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며 윤 총장의 인식 자체가 문제라고 강력 비판했다.

"실제로 (윤 총장과 만났을 때) '조 장관 후보자가 후보를 사퇴하는 게 좋겠다'라는 내용이 오갔냐"라는 질문엔 "예"라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은 본인이 '검찰의 조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압수 수색이 납득가지 않는다'고 한 것을 두고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건 강력 범죄나 시간을 다툴 사건이 아닌데 하필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압수 수색을 하는 것은) 인사권자에 대한 인사권 침해이고 정치행위라고 내가 지적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이나 교육부에서 먼저 사안을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이후에 검찰 수사를 진행해도 됐을 텐데 이를 다 무시하고 검찰이 강제 수사를 밀어붙인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압수 수색을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단 하나의 야당이 비토권 갖고 있어…공수처법 개정 필요"

한국일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3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거사위원회 활동 및 버닝썬 수사 관련 법무부-행안부 합동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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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관련 "현재 검찰의 힘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다. 중요한 건 제도 개혁"이라며 "공수처법의 입법 취지에 맞는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걱정이 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박 전 장관은 "공수처 설치 당시에는 국회 원내 야당 두 개(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이상을 전제로 했지만 현재는 (단 하나의) 야당(국민의힘)이 비토권(거부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6조 5항에 따르면 추천위는 위원 6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즉 위원 7명 중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는 인사는 공수처장 후보에 오르지도 못한다는 얘기다.

검찰이 비검찰 출신로부터 지휘 받기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검찰의 조직 문화는 내부 응집력이 굉장히 강하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아젠다를 검찰이 세팅하겠다는 그런 생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사들이 수사권, 기소권을 통해 권한이 강하고 그걸 통제할 제도적인 장치가 없지 않느냐"며 "그래서 검찰 개혁은 인사를 몇 번 해서 물갈이를 한다 이런 걸로 되지 않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또 "현행 25명인 공수처 검사 수를 그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검찰의 1차적 수사 대상 범위가 조금 넓지 않나. 수사 대상자도 개정할 부분이 있으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이나 유럽은 정치인 출신이 법무부 장관을 하는데 왜 정치인 출신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 안 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현직 검사가 검찰총장이 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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