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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정부 VS 의료계 첨예한 대립

[기고] 정부·여당 '의대생 국시 재응시 거부' 재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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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규 대한 신경외과의사회 회장

뉴스1

박진규 대한 신경외과의사회 회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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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지난 9월 4일 의정 합의를 통해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내홍을 앓고 있다. 정부는 원칙을 깨고 의료계에 굴복하였다고 일부 여론의 비난을 받아야했고, 의협은 충분한 내부합의가 생략되었다는 원론적 문제로 내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내부 문제를 떠나 본과 4학년의 의사 국시 거부는 국가적 의료 체계를 흔드는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의사들의 파업에 달갑잖은 시선을 보냈던 국민들은 국시 추가시험 요구를 거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보건의료기본법 및 보건의료인력 지원법은 5년마다 보건의료 자원의 조달 및 관리와 보건의료인력의 양성 및 공급 등에 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의사들은 필수의료 유지와 공공의료 발전을 위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제도는 의료 인력의 지역 불균형을 재배치하고, 도서지역의 보건소와 지방 의료원을 통해 지역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90% 이상이 국시를 거부하면서, 2700명 이상의 신규 의사 충원이 부족하게 되면서 공중보건의,군의관 등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부족 현상을 가져와 지역의료 격차를 더 악화시키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도서 산간지역, 군 부대에 더욱 큰 의료 공백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보건소, 지역의료원, 군 부대에서의 의사인력의 부족은 3년이 지나면 해소되겠지만, 대학병원 수련과정의 문제 해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수련과정에서 인턴은 1년이지만, 다음해에는 전공의 1년차가 되고, 이듬해에는 2년차가 된다. 대체로 인턴1년과 전공의 4년, 펠로우 2년 과정을 거쳐야하므로, 계속해서 수련과정 의료 인력의 공백이 발생하고, 병역과정을 포함한다면 10년 가까이 그 여파를 미치게 된다. 특히 의료인력의 공백이 발생하면 가뜩이나 기피하는 필수의료과인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에서 필수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국민건강에 가장 치명적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지난 9월 4일 발표된 의정합의는 국민건강을 위해 상호합의한 사항으로 묵시적으로는 이번 파업에 참여한 학생을 포함한 전공의, 개원의들 모두에게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포함하는 것이다. 합의란 상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는 것이 합의의 기본이다. 합의 후에도 의사는 공공재라는 발언을 하거나, 면허취소를 포함한 징계,처벌사유를 확대하는 법안과 같은 정책적 규제를 입안하는 것등은 서로의 기본적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또한 정부,여당이 의료인력 수급부족등을 내세워 일방적 의사증원정책 추진으로 야기된 의사파업등의 사태를 겪고나서 이제는 신규 의사 2700여명의 충원이 없어도 의료수급에 문제가 전혀없다며 의대생 의사국시 재응시를 거부하는 이중적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

의협이 정부 여당과 의료인력수급을 포함한 의정 합의를 이룬 것은 합의를 계기로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의료계를 진정한 대화상대로 대해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해결되지 않는 학생들 문제로 의료계 전체에 분노를 불러온다면, 신뢰는 불신으로 바뀌고 정책 하나 하나 모든 것에서 불신과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정부는 불신을 통해 의료계를 잃고 결국 국민들도 잃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 종합대책의 4대 중점분야인 필수의료강화, 지역의료격차 해소, 공공보건의료인력 양성, 공공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등의 추진에 2700여명의 신규 의료인력이 가장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지자들의 표를 의식하여 재응시를 거부하는 것이 타당한 결정인가? 정부와 여당, 청와대까지 나서서 의대생 의사국시 재응시 거부를 주장하는 것이 진정 국민,국가를 위한 이성적인 판단인가? 정부,여당의 일방적 의사증원 정책추진이 국민저항, 의료계 파업사태까지 유발했으나 이제 모든 책임을 의대생들에게 전가시키고 사죄까지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데, 이제 이런 감정적 행동을 중단하고 국민건강과 정상화된 의료를 위하여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가가 나서서 의사국시 재응시를 해결해야한다. 향 후 재응시 거부로 야기될 지역의료 격차의 심화, 필수의료 인력의 붕괴등 국민건강의 피해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게 있다.

의정 합의를 이뤄내고 의료계 파업 철회를 발표하였을 때,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정부는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의료 격차 해소 등 의료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과연 정부 여당이 그런 자세와 노력에 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문 대통령께서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라고 언급하였는데 의사가 환자 곁에 있을 수 있게 하는 게 정부, 여당의 역할이다. 감정을 앞세워 갈 곳 없는 의대 4학년생을 외길로 몰아붙이고 원칙을 강조하고 여론몰이를 하면서 추가 시험은 없다고 주장한다면 의정 합의를 지킬 의지가 애시당초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의대생 의사국시 재응시의 문제는 국민건강과 국가 의료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그 시작은 학생을 제대로 교육시키고 그 들에게 떨리는 첫걸음을 제대로 걷게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정부와 여당은 학생들이 의료시스템의 일부인 초보 의사로서 원만히 움직이도록 감성이 아닌 이성적으로 접근해야하며, 그들이 제대로 된 첫걸음을 뗄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나라다.

박진규 대한 신경외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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