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미국 추월' 미리 대비하겠다는 중국공산당…2035년까지 논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21∼2049년 '양대 100년 목표' 사이 징검다리 구체화 관측

마오쩌둥, 열세 뚫고 장제스 몰아냈듯이 미국과 장기전 채비

연합뉴스

신냉전 치닫는 미중(PG)
[제작 최자윤] 사진합성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6일 막이 오른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9기 5중전회)에서는 향후 5년간 적용될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 수립 방안뿐만 아니라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발전 방안이 함께 논의된다.

특히 2030년대 접어들면 중국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미중 신냉전 속에서 미 대선 직전 열리는 이번 회의에 각별한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중국 공산당의 중추 기구인 정치국은 지난 7월 19기 5중전회를 10월에 연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14·5계획 외에도 2035년까지의 장기 경제 목표 설정에 관한 문제가 논의된다고 설명했다.

◇ "중공, 세상 판도 바뀔 때 장기 계획 수립"

전문가들은 중국이 5개년 경제계획 수립을 위한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0년 이상에 걸친 장기 경제 발전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이 이번처럼 5개년 계획과 함께 향후 15년을 바라보는 장기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9·5계획(1996∼2000년)을 논의한 1995년 이후 25년 만으로 알려졌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5년은 1992년 남순강화(南巡講話) 등을 거쳐 중국이 시장경제 지향을 분명히 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겠다고 노력할 때"라며 "중국 공산당은 세상의 판도가 달라져 새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여길 때 장기 계획을 같이 낸다는 점에서 중국 공산당이 향후 일정 시기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35년이 되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GDP를 따라잡은 뒤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가 이번 회의를 통해 미국과의 장기적인 패권 경쟁 전략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라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중국의 경제 총량이 미국을 따라잡는 날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왕타오(汪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내년까지 미중 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근거로 10년 후인 2030년 미국과 중국의 GDP가 각각 26조6천억 달러, 26조8천억 달러가 되어 GDP 총량 기준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 대국의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지 연구위원은 "중국은 2035년이면 미국의 GDP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여겨 이번 회의 의제에 이런 변화에 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구도 자기편을 들지 않아 놀랐던 중국은 향후 장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스스로 잘 사는 문제를 넘어 저탄소 발전 등 글로벌 리더십에 관한 얘기를 넣으면서 미국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려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 지도부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장기전으로 인식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은 지난 7월 시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고 "우리가 맞닥뜨린 매우 많은 문제는 중장기적인 것으로서 반드시 지구전의 각도에서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하면서 자국을 옥죄어오는 미국에 맞서 '지구전'을 펼치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이 물적 조건의 열세 속에서도 장제스(蔣介石·1887∼1975)가 이끄는 국민당에 승리를 거둬 중국을 차지했듯이 지구전'(持久戰)을 펴 글로벌 패권을 차지하겠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으로 보인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방과 정면 승부에 말려들지 않고 유격전 등 유리한 방식으로 오랜 기간에 걸친 투쟁으로 상대방을 무너뜨린다는 지구전은 항일전쟁과 국공내전 시절 중국공산당의 지도자인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이 정립한 개념이다.

연합뉴스

'지구전'으로 중국 차지한 마오쩌둥의 초상화
[촬영 차대운]



아울러 중국이 국제 순환(국제경제)보다 국내 순환(국내 경제)에서 더욱 큰 발전 동력을 찾는 쌍순환'(雙循環·이중순환) 발전 전략을 들고나온 것도 11월 미국 대선의 결과와 관계없이 미중 관계가 장기간 악화하면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깐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2049년 세계 최강국 목표 '야심'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그린 장기 발전 로드맵 차원에서도 2035년이 매우 중요한 한 해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35년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사회주의 현대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기본적'(1차적)으로 실현하겠다고 제시한 시한이다.

중국 공산당은 당 창건 100주년인 2021년과 '신중국'이라고 부르는 중화인민공화국 정권 수립 100주년인 2049년에 맞춰 각각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이룬다는 이른바 '양대 100년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부강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든다는 말은 사실상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선언과 다름 없다.

중국은 코로나19의 충격 속에서도 2020년까지의 발전을 통해 '전면적 샤오캉 사회'를 사실상 달성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원들의 시간관념 속에서는 2021년은 첫 번째 '100년 목표'를 달성한 데 이어 두 번째 역사적 '대업'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2049년은 상당히 먼 미래라는 점에서 2035년은 징검다리로서의 의미가 커 보인다.

사실 시 총서기는 집권 2기의 문을 연 2017년 19차 당대회(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5중전회에서 '사회주의 현대화 기본 실현'에 관한 양적·질적 목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ch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