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63671848 0252020102663671848 02 0201001 6.2.0-RELEASE 25 조선일보 56679201 false true false false 1603677550000 1603711327000

딸 죽자 28년만에 돌아온 제2의 구하라 엄마? 친모는 “계속 딸 만나려 했고 조문도 거부당해”

글자크기
젊은 딸이 암으로 숨진 후 생전에 교류가 없던 생모와 그간 고인을 양육했던 계모 사이에 유산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다. 민사 소송과 형사 고소까지 제기됐다가 법원의 조정 끝에 생모가 계모에게 고인의 재산 중 약 500만원을 지급하게 됐다. 계모 측은 생모가 “20년간 연락이 없다 갑자기 나타나 재산을 요구한 ‘제2의 구하라 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모 측은 “지난 수년간 지속적으로 딸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왔고, 상속받은 재산도 많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모(29)씨는 지난해 위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2월 숨졌다. 김씨를 간병해오던 계모와 이복동생은 김씨 사망 이후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김씨의 생모 A(55)씨가 “사망보험금을 나눠달라”며 연락해 온 것이다. 김씨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김씨가 태어난 지 약 1년만에 김씨와 헤어져 연락조차 없이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김씨의 친부가 사망해 자신이 단독 상속자인 것을 알고는 사망보험금과 퇴직금, 김씨 자취방의 전세보증금까지 총 1억5000만원을 가져갔다.

그러나 이 중 5500여만원은 김씨의 계모가 병원비∙장례비 등 명목으로 이미 결제한 후였다. 이에 A씨는 지난 4월 서울동부지법에 김씨 계모, 이복동생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금액은 자신이 상속받아야 할 재산인데, 김씨 유족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다.

조선일보

서울동부지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씨 유족들에 따르면 김씨는 암 판정을 받은 뒤 “재산이 친모에게 상속될까 봐 걱정된다”는 취지의 말을 주변인들에게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의사를 정식 유언 절차로 남겨놓지 않았고, 수년전 김씨의 친부가 사망했기 때문에 현행법상 A씨가 김씨의 단독 상속자가 됐다.

법원 측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 2차례의 조정기일을 열었고, A씨가 김씨 유족에게 전세보증금 일부인 약 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후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사망한 가수 고 구하라씨의 경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구씨가 9살일 때 가출해 20여년간 연락이 되지 않았던 구씨의 친모가 구씨의 재산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구씨의 친오빠 측은 가족에 대한 부양 의무를 현저히 방기한 자는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인 ‘구하라법’ 제정을 주장했다. 이 법은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무산됐고,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한 상태다.

A씨 측은 이에 대해 “억대 보험금을 물려받은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본지에 밝혔다. 김씨의 재산이 1억5000만원인 것은 맞지만, 김씨에게는 약 7000만원의 빚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재산을 물려받은 A씨는 김씨의 빚을 갚을 의무도 함께 물려받는다. 빚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8000만원이지만, 이 중 5500만원도 이미 장례비 등으로 계모 측이 결제했기에 남은 것은 2500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중 500만원을 계모 측에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기에 A씨가 상속받을 재산은 2000만원 정도다.

A씨 측은 또 “28년간 김씨를 찾지 않은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남편과의 가정 불화로 부득이하게 김씨를 떠났지만, 이후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면서 김씨 학창시절에 학용품을 챙겨주는 등 연락을 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 조부모 등의 반대로 인해 김씨가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김씨와 연락을 거의 하지 못했고, 김씨 또한 연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A씨 측은 “부음을 접한 후 A씨가 장례식장도 방문했지만, 계모 측이 조문 거부 의사를 밝혀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구하라 친모’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선 “본인이 상속받아야 할 5500만원을 양보해 원만히 조정된 사안인데, ‘제2의 구하라 친모’라고 비난받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했다

[이기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