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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단독] 3년 잠입해 찍은 다큐 “北, 제재 피해 미사일·탱크 밀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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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위반 다큐 만든 브루거 감독

북한의 제재 회피 실상을 폭로한 다큐멘터리 ‘첩자(The Mole)’를 제작한 덴마크 영화 감독 매즈 브루거(Mads Brugger)는 25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무기상들은 제발 고객을 찾아달라고 매달릴 만큼 필사적이고 절박했다”며 “강대강 전략만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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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첩자(The Mole)'의 포스터. /매즈 브루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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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거 감독은 3년에 걸친 함정 취재를 통해 북한이 국제법과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현장을 초소형 카메라에 담았다. 출연자들이 신분을 속이고 잠입해 몰래 촬영하는 이른바 ‘언더커버(undercover)’ 방식으로 촬영해 135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개봉 후 주(駐)스웨덴 북한대사관이 “제재 수위를 높이기 위한 날조”라고 반발했다. 영화에선 북한 체제에 매료된 것으로 위장한 전직 요리사 라르센(가명)이 스웨덴 대사관을 방문해 북한 외교관들과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해 논의하고, 전직 프랑스 군인 출신 제임스(가명)가 평양 교외에서 북한 무기 공장 대표들과 5000만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하는 장면 등이 담겼다.

브루거 감독은 인터뷰에서 “북한이 제작한 무기들을 판매하기 위해 노동당 관료와 유럽·중동의 조력자들을 연결하는 광범위한 범죄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며 “개인에게까지 첨단 무기를 판매하려 손을 뻗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240㎜ 다연장 로켓 발사기부터 사거리 1350㎞짜리 스커드 미사일, 탱크까지 적힌 카탈로그를 들고 다니며 영업을 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가 막히니 불법적인 무기 거래에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제재가 정말로 작동하고 있고, 북한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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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첩자를 제공한 매즈 브루거 감독. /매즈 브루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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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거 감독은 그러면서도 “국제 대북 제재에 여전히 구멍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제재 결의·이행을 감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중국의 묵인하에 밀거래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북한은 ‘우린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의 무기 확산과 제재 위반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과 만나 경험을 나누고 싶다”고 했다.

브루거 감독은 “북한은 다른 나라, 특히 한국을 공갈하고 끊임없이 괴롭히는 불법 정권”이라며 “선의(善意)에 기대는 햇볕 정책으로는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말도 안 되는 비이성적 요구에 제대로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은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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