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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놓치지 마, SNS ‘좋아요’보다 굉장한 ‘진짜 친구’를…영화 ‘페뷸러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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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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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영화 <페뷸러스>는 SNS를 소재로 여성들의 우정을 그린다. 주인공 클라라(오른쪽)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인플루언서다. 싸이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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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페뷸러스>의 주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의 ‘좋아요’만 좋아하다가는 진짜 사람을 잃게 된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온라인에만 몰입하다가 오프라인의 삶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관건은 선을 지키는 것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을 얼마나 조화롭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될 수도 있다.

캐나다 영화 <페뷸러스>에는 세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연예인급 인기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 클라라, 취업을 위해 팔로어 2만명이 필요한 로리, 영혼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해 SNS를 멀리하는 엘리가 우연히 얽히고, 싸우고, 화해한다. 클라라와 로리는 SNS를 통해 의기투합했다가, SNS 때문에 갈라진다. 엘리는 절친한 친구 로리가 클라라를 닮아가는 것을 마뜩지 않아 하면서도, 참을성 있게 지켜보고 응원한다. <페뷸러스>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멜라니 샤르본은 영화 배급사가 기자들에게 제공한 ‘감독의 말’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내가 비록 1000명의 SNS 친구가 있어도 결국 나에게 필요한 것은 소파를 함께 올려줄 친구가 필요한 것이다’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하필 ‘소파를 올리는’지는 영화를 끝까지 봐야 알 수 있다.

로리는 잡지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다 계약만료로 백수가 된다. 잡지에 정식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인스타그램 팔로어 2만명은 되어야 자격이 생긴다. 우연히 클럽에서 클라라와 친해진 로리는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순식간에 팔로어 수백명이 늘어나는 ‘기적’을 맛본다. 로리는 계속 클라라를 따라다니다 어느 순간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인플루언서’가 된다. 작가의 길도 손쉽게 열린다. 그러나 꽃길만 펼쳐진 것은 아니다. 로리는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만 신경쓰다 정작 중요한 것들을 계속 놓친다.

SNS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여성들 간의 우정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엘리는 ‘좋아요’를 위해 스스로 성적 대상화를 마다하지 않는 클라라가 로리와 어울리는 것을 싫어한다. 클라라는 엘리의 지적을 인정하고, 조금씩 말과 행동을 고쳐 나간다. ‘좋아요’가 줄어들 것을 알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겨드랑이 털도 더 이상 깎지 않는다. 엘리도 화답한다. 영화 후반부 클라라가 가장 외로운 순간,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는 사람은 엘리다.

감독 샤르본은 “<페뷸러스>는 근본적인 차이 때문에 충돌하면서도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며 “결국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여자들끼리 서로 싸우지 않고, 서로 싫어하지 않고 차이를 극복하면서 함께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페뷸러스(Fabuleuses)’는 프랑스어로 ‘굉장한’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11월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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