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분단 아픔 서린 동해북부선, 유라시아 잇는 출발점으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고성서 ‘레일로 미래로’ 행사]

강릉~제진 110.9㎞ 내년말 착공

교각 제막식 참석한 철도 노사

“철도 연결 위한 남북회의 열자”

김현대 한겨레 사장 “꼭 이어질 것”

김연철 전 통일 “국제철도로 구실”

옛 동해북부선 유적지 답사

역사와 철로는 사라졌지만

터널·교각·플랫폼 등 그대로

한국전쟁 때 총탄 흔적까지…

2007년 제진~금강산 시험운행

텅 빈 남북출입사무소만 남아


한겨레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 주최로 24일 오전 강원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해변 공원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철도 교각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조형물을 덮고 있던 천을 걷고 있다. 고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36년 손기정, 남승룡 두 조선인 청년은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하고자 부산역에서 북으로 달리는 열차에 올랐습니다. 식민지 청년의 서러움을 안고 대륙을 건넜던 철도의 아픈 기억은 이제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모두의 꿈이 되었습니다.”

한국철도 노사 대표가 지난 24일 남북 철도의 조속한 연결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철도회의’를 제안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한겨레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이 주최한 `레일로 미래로' 행사 중 하나로 강원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해변 공원에 건립된 동해북부선 기념 철도 조형물이 24일 오전 모습을 드러냈다. 고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조상수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은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철도 교각 제막식에 참석해 “남과 북의 당국과 철도 운영기관이 한자리에서 남북 철도의 연결, 운행과 대륙철도 공동사업을 비롯한 철도산업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남북철도회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철도 노사는 “남북 철도 연결은 우리 철도가 한반도를 넘어 대륙으로 나아가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을 현실화하고 우리 민족 스스로의 자주적인 힘으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레일로 미래로' 행사 중 하나로 24일 오전 강원 고성군 죽왕면 송지호 해변 공원에서 열린 동해북부선 기념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옛 동해북부선 구간이었던 송지호 철교 교각을 되살려 조성한 산책로를 걷고 있다. 고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행사는 강릉~고성 제진 간 동해북부선 철도(110.9㎞)의 내년 착공을 앞두고 지난 23~24일 고성군 일대에서 열린 ‘레일로 미래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옛 동해북부선 유적지 답사 등과 함께 진행됐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동아시아철도공동체포럼, 고성군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는 철도 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고성군민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함명준 고성군수는 “고성은 그동안 바다와 백두대간, 휴전선으로 막힌 육지의 섬이었다”며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 고성은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시작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현대 한겨레신문사 대표이사는 축사에서 “남북 철도 연결은 남과 북 국민과 지도자가 원하고 경제적 이해관계가 합치돼 시간이 문제지 반드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도 축사를 통해 “동해북부선은 녹색과 소통, 연결 등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며 “청정지역인 강원도와 잘 어울리는 친환경 교통수단이며, 교통 사각지대에서 벗어나 동해안 시대를 열게 하고, 남북한과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철도로서 구실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균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동해북부선은 현재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며 내년 말 착공 예정”이라며 “우리 국민이 부산에서 출발해 원산과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까지 오가며 관광·경제활동을 잘하도록 명품 철도를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양양~원산을 잇는 옛 동해북부선은 1929년 안변~흡곡역 구간을 시작으로 1937년 간성~양양역 구간을 연결해 개통했지만 1950년 한국전쟁 발발로 운행이 중지되고 1967년 전 구간이 폐지됐다. 고성 지역에는 송지호 교각을 비롯해 문암역 철도관사, 간성역 터, 배봉리 교각, 배봉리 터널 등 동해북부선 유적이 산재해 있다.

23~24일 둘러본 동해북부선 남쪽 양양~고성 구간에는 역사와 레일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으나 터널, 교각, 플랫폼 등 옛 철길의 흔적들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겨레

`레일로 미래로' 행사 둘째날인 24일 오전 동해북부선 열차가 통과하던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의 공현진 터널을 찾은 참석자들이 박흥수 철도기관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육각형 홈은 선로 작업자들의 대피공간으로 쓰이던 곳이다. 고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37년 12월 개통한 남쪽 종착역인 양양역은 한때 목재와 석탄, 수산물을 실어나르며 번창했으나 지금은 폐허로 변해 숲속에서 승강장을 겨우 발견할 정도로 버려져 있었다.

고성군 공현진~가진을 잇는 공현진터널 입구는 수십발의 총탄 흔적이 남아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보여줬다. 터널 안 콘크리트는 이제 막 지은 것처럼 말짱했다.

공현진터널을 통과하니 끝없이 펼쳐지는 동해 바다가 성큼 나타났다. 현장을 안내한 박흥수 기관사는 “당시 열차를 타본 사람들은 ‘터널에서 빠져나온 열차가 바다로 빠져들어 간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동쪽으로는 망망대해 바다, 서쪽으로는 백두대간이 펼쳐지는 동해북부선은 당시 승객들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양역과 비슷한 규모로 컸던 간성역 터를 지나 울창한 원시자연에 갇혀 시간이 멈춰버린 동해북부선 남쪽 최북단 터널인 배봉리 터널을 지나면 제진역이다. 동해북부선의 남쪽 최북단 역인 제진역에는 국가 간 이동할 때 거치는 세관검사, 출입국관리, 검역 기능을 갖춘 동해선철도 남북출입사무소(CIQ)가 설치돼 있다.

한겨레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등이 주최한 `레일로 미래로' 행사 둘째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제진역에서 고성군 합창단이 `고향의 봄'을 부르고 있다. 고성/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진역은 남과 북 어느 쪽과도 연결되지 못한 비운의 역이다.

2000년 남과 북은 끊어진 철길 연결에 합의한 뒤, 2007년 5월17일 경의선 문산~개성(26.8㎞)과 함께, 동해선 금강산~제진 25.5㎞를 복원해 시험운행했다. 하지만, 2008년 2월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그해 12월 열차는 멈춰버렸다.

이후 2018년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에서 철도 연결에 합의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연결사업에 나서 2021년 착공,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박 기관사는 “남한의 역이지만 남쪽으로 길이 없는 제진역의 딜레마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H6s고성/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동해북부선 -이상국

오래 기다렸다.

길은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은 길을 기다렸다.

지구를 다 돌아도 차마 못 가고

아끼고 아껴둔 마지막 길,

언제 가면 못 가랴만

이 길로 우리는 더 갈 데가 있고

올 사람들이 있으니

꿈에 그리던 저 북관(北關), 통천 거쳐

해당화 피는 원산 지나면 함흥이다.

함흥에서 냉면 먹고 덤비 북청 가면

거기서 반나절 나라 꼭대기 청진 나진

눈 내리는 국경을 넘어 유랑과 항일의 땅

브라디보스토크에서 절하자. 그리하여 천지를 뚫고

몇날 며칠 유라시아로 가자.

더 먼 아프리카로 가자.

가서 세계를 데리고 오자.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네이버 채널 한겨레21 구독▶2005년 이전 <한겨레>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