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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오병상의 코멘터리]시진핑 '한국전 승리,중국역사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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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한국전쟁70주년 승전기념 연설..'미국과 일전불사'

공산중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세계패권 '중국몽' 강조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한때 서로를 ’친구“라며 다정한 관계를 과시했으나 최근 미중 관계가 ‘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화하며 더는 상대를 찾지 않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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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얼마나 삼엄한 국제환경에 처했는가..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실감나게 말해주었습니다.

시진핑은 23일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연설을 했습니다. 중국에선 한국전쟁을 ‘항미원조 출국작전’이라고 부르며, 기념일은 첫 전투에서 승리한 10월 25일.

중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에 이겼다’고 합니다. 중공군이 미국으로 하여금‘정전협정문에 서명할 수밖에 없도록 몰고갔’기에 승전이라 주장합니다.

(미국내 반전여론이 강했기에 휴전을 먼저 제안한 것은 사실입니다. )

2.

연설문에 드러난 승전 의미를 요약하자면..

-‘항미원조 전쟁 승리는 제국주의(미국) 침략을 막고, 신중국(공산중국) 안전을 지켰으며, 조선반도를 안정시켰고, 세계평화를 수호했다.’

참전 경과를 정리하자면..

-‘중국은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다. 조선의 내전(남북간 전쟁)에 미국이 무장간섭하고, 중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38선을 넘었다. 중국은 (북한의 요청에 의해) 전쟁에 참여했다.’

여기서 전쟁을 보는 시각이 드러납니다.

원래 6ㆍ25는 한반도 내전인데, 미국이 제국주의적 야욕에서 무장간섭했고.. 미군이 38선을 넘는 순간 중국은 자국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하고 참전합니다.

그래서 전쟁의 이름이 ‘항미원조’(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구원한다)인 동시에 ‘보가위국’(나의 집과 나라를 지킨다)입니다. 미국의 침략전에 대해 중국은 방어전에 나서 물리쳤다는 겁니다.

3.

중국은 승전 70주년을 엄청 선전하고 있습니다.

기념식에 맞춰 전쟁영웅을 기리는 영화(금강천)가 개봉돼 이틀만에 4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고 합니다. 중국내 분위기로 미뤄 기록은 이어질듯 합니다.

중국 정부가 힘을 주는 이유는 전쟁승리에 대한 각별한 의미부여 때문입니다.

구 중국(청나라)이 1840년 아편전쟁으로 서구열강의 약탈에 희생된 이래 100여년만에 신 중국(공산중국)이 마침내 서구 최강국 미국을 물리쳤다는 자부심입니다.

치욕의 100년을 넘어 영광의 새 시대를 열어제친 ‘역사의 분수령’이 된 승전이니 얼마나 자랑스러울까요.

시진핑은 ‘세계에 우뚝 선 선언’이자 ‘중화민족이 위대한 부흥으로 나아가는 이정표’라고 강조했습니다.

4.

시진핑 입장에서, 이런 승전의 의미가 특히 더 강조되어야할 요즘입니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한국전쟁 승리’는 미국과의 새로운 싸움에 대비하는 독전의 함성으로 들립니다.

그래서 (연설문에서) 미국에 대한 표현이 강합니다.

‘안하무인 침략자’ ‘불패신화를 때려부쉈다’‘신중국을 말살하려는 시도를 분쇄했다’ 등등.

앞으로의 미국을 겨냥한 경고도 합니다.

‘어떤 나라, 어떤 국가든 침략확장한다면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르게 된다’ ‘중국은 굽히지 않는다. 억눌러 좌절시킬 수 없다’‘어떤 패권과 패악질도 근본적으로 통하지 않으며, 결국 죽음의 길일 뿐이다’ 등등.

5.

시진핑은 ‘두 개의 100년’이란 정치적 캐치프레이즈를 강조합니다.

첫번째 100년은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으로 2021년입니다.

이때까지 ‘샤오캉’(소강사회), 즉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이미 다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문제는 두번째 100년. 신중국 건설 100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이기고 세계1등이 되겠다는 목표입니다.

시진핑 표현대로 하자면‘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라는 중국몽(중국의꿈)입니다.

그런데 국제정치적으로 보자면 사실상 미국이 행사하고 있는 헤게모니를 차지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신흥 강국이 기존의 강국과 패권을 다툴 때 전쟁이 일어난다는 것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입니다.

6.

시진핑이 밝힌 중화민족주의 세계관이나,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일전불사 애국주의는 간단치 않습니다.

최근 중국을 새로운 적으로 규정하고 봉쇄작전에 나선 미국의 전략 역시 대통령이 변해도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마치 대륙의 두 판이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맞부딪치려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분명히 중국편에 섰습니다. 김정은은 지난주 중공군 묘지를 참배하고 마오쩌뚱의 아들 마오안잉의 묘소에 헌화했습니다.

남한 정부가 제일 곤란해 보입니다. 이미 다 예상됐던 일입니다. 좀 더 빠르게 강하게 진전되는 느낌입니다만..불안합니다.

우리에게도 장기 생존전략이 필요합니다.

〈칼럼니스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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