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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은 퇴임 후 정치 안 해” 오랜 ‘묵계’ 흔들려 하는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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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해 봉사’ 발언에 비판

전임 총장은 “정치적 중립 전통”

일각 “지나친 의미 부여” 반론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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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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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퇴임 후 정계 진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그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근거로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비판했지만 현직 총장으로서 그의 발언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론적인 발언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문제라는 반론도 있다.

윤 총장은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하고 나서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봉사에 정치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하며 정계 진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앞서 윤 총장은 정치권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지만 본인이 부인해왔다. 윤 총장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 자신을 포함시키자 윤 총장은 언론과 조사업체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다. 윤 총장의 임기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약 6개월 앞둔 내년 7월24일에 끝난다.

한 전임 검찰총장은 2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윤 총장이 어떤 봉사를 하려는지 모르지만 검찰총장이 다른 자리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검찰총장들은 퇴임한 뒤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묵계(默契)를 만들고 실천해왔다. 김도언 전 총장이 국회의원이 돼 비판받은 이후 총장들은 내부적으로 그런 전통을 만들었다. 저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의미에서 다른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 다짐해왔다”고 밝혔다. 또 “윤 총장의 봉사 발언은 두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하나는 정말로 정치를 고려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하나는 정치권이 하도 본인과 검찰을 흔들어대니 그만하라고 시위하는 의미다. ‘정치와 사법이 크게 변하는 것이 없다’고 말한 것은 정치권의 계속된 ‘검찰권 흔들기’에 대한 비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발언을 두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윤 총장이 ‘정치하겠냐’는 질문에 명확히 부정하지 않은 것은 검찰에 대한 정치의 영향력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에 뛰어든다면 검사의 마지막 공직으로서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를 하게 하는 검찰청법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론적 발언을 정치권에서 과도하게 해석한다는 반론도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총장을 두고 대권이나 정계 진출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데 윤 총장의 발언을 확대해석해 논란을 키우는 측면도 있다”며 “검사나 법관이 옷을 벗자마자 바로 정계로 진출하는 것은 수사·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기 때문에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출신 정치인 극소수…대표 인물 김기춘

한 중간간부급 검사는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에 후배 검사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윤 총장의 발언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권이 부추겨 나왔다. 정치에 생각이 없어도 매번 트집을 잡아 인격적 모욕을 주는데 누구라도 오기가 생기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치인 중 검사 출신은 상당수지만 검찰총장 출신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도언 전 한나라당 의원 정도다. 과거 검찰청법 제12조 제4항은 ‘검찰총장은 퇴직일부터 2년 이내에는 공직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했지만 폐지된 바 있다. 1997년 1월 김기수 당시 검찰총장과 고검장들이 헌법소원을 냈고, 그해 7월 헌법재판소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을 명백히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 총장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재, 법제처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인다. 추 장관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윤 총장의 각종 비판에 대한 답변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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