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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성군이 충신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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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고약하다'는 단어의 어원을 알고 계시나요? 이 단어는 조선 세종 때 대사헌을 지낸 '고약해'의 이름에서 나온 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바다 같은 인물이 되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는데, 세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직언에 시달리다 곤란한 처지가 되면 "고약해 같다"고 말해서 지금의 '고약하다'는 말이 됐다는 군요.

요즘 고약해와 비슷한 사람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하는 게 국가와 정권 모두를 지킨다는 그의 소신이 어쩌면 문 대통령에게는 고약하게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는 말씀은) 그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정권 차원에서도 검찰의 엄정한 수사는 필요하다."

여권의 전방위적 사퇴압박에도 윤 총장은 임명권자가 재신임했으니 그만하라고 받아쳤습니다.

윤 총장 외에도 고약해는 몇이 더 있었죠.

최재형 감사원장 (지난 20일)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제가 재임하는 동안에 처음 있는겁니다"

김동연/경제부총리
"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시장에서의 수용 능력을 감안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금태섭 / 지난해 10월
"(공수처는) 사법부의 독립성이나 정치인들의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기가 보장된 경우를 빼곤 자리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정권의 애완견이 되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버티는 권력기관은 검찰과 감사원 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지난주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윽박지르는 오만한 태도가 가장 문제"라고 했습니다.

과거 정부가 소통 부재와 일방통행으로 몰락했다는 걸 문 대통령이 벌써 잊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연합 대표 / 2015년 박근혜 정부 2년 평가 토론회
"박근혜 정권 2년은 국민과 야당의 소리에 귀 기울지 못한 소통의 부재로 요약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2011년,'The 위대한 검찰' 토크 콘서트)
"권한을 남용하게 되고 그러니 자연히 [절대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죠.]"

다시 고약해 이야기로 돌아가 보죠. 세종은 간언을 멈추지 않는 고약해를 견디지 못하고 파직했지만, 그의 충심을 인정해 1년 뒤 다시 불러 들였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땐 숨기지 않고 굽힘이 없다는 뜻의 '정혜(貞惠)'라는 시호를 내리기도 했습니다.성군(聖君)이 충신(忠臣)을 알아본, 그래서 멋진 역사로 기록된 장면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이 세종이 되길 바란다는 문비어천가까지 들려오지만, '고약해'의 설자리가 사라지는 지금, 문재인 정부는 훗날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요.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성군'이 '충신'을 알아본다>였습니다.

박정훈 기자(sunshade3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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