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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성폭행 피해 다음날 가해자 집 찾아 갔어도… 대법 “‘합의된 성관계’ 증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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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상고 기각… 징역 5년 확정

세계일보

성폭행 피해자가 다음날 스스로 가해자의 집을 찾아갔다고 하더라도 피해 사실 진술을 거짓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자의 행동을 합의된 성관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의미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군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A군은 2018년 1∼6월 자신의 집에서 미성년자 2명을 각각 성폭행하고 다른 여성청소년을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성폭행 피해자 중 한명인 B양은 사과를 받기 위해 사건 다음 날 A군의 집을 혼자 찾았다가 다시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각 사건에 대해 진행된 3건의 재판은 항소심에서 병합돼 심리가 이뤄졌다.

쟁점이 됐던 B양 성폭행과 관련해 A군 측은 “합의로 성관계를 가졌다”며 “B양이 다음날 혼자 있는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성폭행했다는 진술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폭행당한 다음날 다시 A군을 찾아간 것은 피해자로서 이례적인 행태지만 피해자가 범죄 후 보이는 반응과 대응 방법은 천차만별”이라며 “반드시 현장을 무서워 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A군은 다수의 소년보호처분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 6개월 동안 미성년자 2명을 성폭행했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받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은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피해자가 스스로 피고인의 집에 찾아갔다고 해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사정이 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정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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