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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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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재선땐 한·미동맹·주한미군 위기…바이든 집권초 북·미 충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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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서 정반대 대중·대북정책 한반도에 파장

트럼프 "좋은 관계"에 바이든 "김정은은 폭력배"

중국엔 트럼프 美우선주의 "수백억불 관세 지불"

바이든 "中에 국제규범 따르라 동맹과 한목소리"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左)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2일 2차 TV 토론에서 중국과 북한 정책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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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국 정상과 좋은 관계를 맺는 건 좋은 일이다."(트럼프) "우리는 히틀러가 나머지 유럽을 침공하기 전에도 히틀러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22일 2차 TV토론에서 트럼프-김정은과 톱다운 정상 외교를 놓고 이같이 충돌했다. 특히 바이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핵능력을 감축하겠다고 합의해야 한다. 한반도는 비핵지대(nuclear free zone)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중국과 전략적 경쟁을 하는 방식에도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트럼프는 "중국에 철강 덤핑 관세로 25%를 물려 철강산업을 살리고 수백억 달러의 관세를 물렸다"며 '슈퍼 301조'를 동원한 미국 우선주의식 관세 보복을 강조했다.

반면 바이든은 "관세는 미국 중산층 가족을 해친다"며 "우리의 친구들이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 등 국제 규범을 따르지 않으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내도록 할 것"이라며 동맹과 함께 대중 압박에 나설 뜻을 분명히 밝혔다.

위성락 전 러시아 대사는 25일 중앙일보에 "바이든이 트럼프처럼 전방위로 중국에 대립각을 세우진 않는다 하더라도 동맹을 규합하는 방식은 한국엔 더 어려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동맹 복원"을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즉시 대외정책 1순위로 "함께 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경제·안보동맹을 결집하는 차원에서 '경제번영네트워크'(EPN)과 '쿼드 플러스(Quad Plus)'를 언급하더라도 아직 한국에 동참을 직접 압박하진 않고 있다.

반면 한·미동맹에 대해 트럼프 2기는 1기에서 추진해온 방위비 대폭 인상을 관철하기 위해 계속 압박을 하는 동시에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2차 토론에서도 트럼프의 이같은 동맹 경시를 강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이나 주한미군 감축 압박의 강도는 낮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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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2차 대선 TV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는 폭력배를 친구(good buddy)라고 부르고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훨씬 많은 미사일을 갖게 했다"고 비판하자 "북한 문제를 엉망진창 상태로 넘겨준 건 오바마와 바이든"이라고 반박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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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가장 큰 변화와 한국 정부에 미칠 여파가 가장 큰 분야는 대북정책이다.

전문가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기에 3차 정상회담을 포함해 김정은 위원장과 톱다운 외교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빅터 차 전략국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최근 행정부 고위직 출신 캠프 인사로부터 재집권 즉시 정상회담을 해 합의를 이룬 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합의'라고 선전할 것이란 말을 들었다"라고 공개한 바 있다. 2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비건 부장관 및 대북특별대표 등 대북 협상라인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은 하지만 2차 토론에서 '세계 최악의 폭군'(외교참모 앤서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까진 아니더라도 김 위원장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폭력배(thug)'라고 지칭했다.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지만 "핵 감축 사전 합의"를 정상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만큼 실질적으로 북한이 이에 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바이든-김정은 조기 정상회담 개최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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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22일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도 정상회담을 하려고 했지만 김정은이 오바마를 싫어했기 때문에 회담을 거부했다"고 하자 "오바마가 '당신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을 거고 더 강력한 제재로 압박할 것'이라고 해서 안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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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은 이유를 "우리는 당신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더 강력한 제재로 당신을 압박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오히려 강경한 대북 제재를 예고한 셈이다.

중국과 무역·과학기술·안보 등 전 영역에서 신냉전을 본격화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중국을 대북 비핵화 압박의 지렛대로 언급한 것도 차이점이다.

바이든은 부통령 재임 시절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왜 미사일 방어(MD)를 근접시키고 병력을 전방 배치하며 한국과 군사훈련을 계속하느냐"고 항의하자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지 않겠다고 보장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원하는 게 있다면 우리를 도와라'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이런 대북 강경 입장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 아래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경우 미·북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기도 한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2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을 포함해 기록적인 숫자의 새로운 무기를 공개했다"며 "미 대선 결과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2021년 군사적 도발로 긴장을 고조하는 전술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도발은 ICBM과 SLBM을 포함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재개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위성락 대사는 "바이든 행정부도 오바마 초기처럼 북한이 군사적 도발을 할 경우 강경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군사적 충돌까지 벌어지진 않더라도 미국이 독자 제재 등 보복 조치를 하면 북·미 협상 재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멀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로서도 임기 후반기 평화프로세스 정책을 재개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효식·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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