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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2020 미국 대선

하루 4개 주 찍은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1곳만 판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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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뒤지는 트럼프, 하루 4개주 유세 종횡무진

"이길 곳 집중" 바이든, 펜실베이니아 한곳만 파

트럼프 수천명 운집, 바이든 차량 수십 대 초청

코로나19 대응 차이에 유세 전략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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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공공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사전 투표를 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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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 노스캐롤라이나 → 오하이오 → 위스콘신 → 워싱턴DC.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둔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하루 동선이다. 이번 대선 승부를 결정지을 경합주 가운데 4곳을 하루에 돌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분서주하는 사이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에 머물렀다.

두 후보의 유세 동선은 양당이 두 후보가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날 기준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8.1%포인트 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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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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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양새지만, 유세 전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둘러싼 입장 차이에서도 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리조트 근처 팜비치 공공 도서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 직후 기자들에게 "나는 트럼프라는 이름의 남자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플로리다로 주소를 옮겼다.

플로리다는 주요 경합주 가운데 가장 많은 대통령 선거인단(29명)이 걸려 있는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전날에도 이곳에서 두 차례나 유세했다.

투표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에어포스원을 타고 북진했다. 오후 1시 노스캐롤라이나, 오후 5시 오하이오, 오후 9시 위스콘신에서 각각 1시간 이상 연설했다.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이날 하루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를 잡은 시간만 3시간 2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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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위스콘신주 워케샤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밤 현지 기온은 영상 2도로 뚝 떨어졌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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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27도였던 플로리다에서 출발해 위스콘신에서 연설을 마칠 때쯤 기온은 영상 2도로 떨어졌다. 겨울 코트에 장갑까지 낀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이러다 우리 모두 얼어 죽겠다"고 말했다.

백악관 풀기자단은 "세 곳 유세 모두 수천 명이 참석했으며,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없었고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다닥다닥 붙어서 연설을 들었다"고 전했다.

반면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두 곳에서 드라이브인 방식 유세를 하며 하루를 온전히 이곳에 투자했다. 각 유세장에는 차량 수십 대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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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드라이브인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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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바이든 후보는 "차로 가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먼 거리가 싫지만, 여러분 안전이 더 중요하다. 우리는 슈퍼 전파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대법관 지명식 등 코로나19 확산 진앙으로 지목된 백악관을 저격한 것이다.

바이든 후보는 전날 미국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8만3700명이 나오면서 발병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점을 상기하며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암흑 같은 겨울을 맞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와 차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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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드라이브인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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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선거캠프가 차량 대수를 제한하는 등 밀집 인원을 조정하는 방침을 조롱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차에 탄 사람들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또 "방송만 틀면 코로나19 밖에 안 나오는데, 11월 3일 이후에는 듣지 않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대선 후보 마지막 TV토론 이후 닷새간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9개 주에서 유세했거나 할 계획이다. 플로리다(23일), 노스캐롤라이나(24일), 위스콘신(24일과 27일), 펜실베이니아(26일), 미시간(27일)같이 전통적인 경합주도 있지만, 뉴햄프셔(25일), 네브래스카(27일)같이 선거인단 수가 각각 4명, 5명에 불과한 미니 경합주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는 사이 바이든 후보는 북부에서는 펜실베이니아, 남부에서는 조지아를 선택했다. 바이든 후보는 RCP 펜실베이니아 여론조사 평균에서 트럼프를 5.1%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역전패 후유증으로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선거 캠프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것보다 실제 경쟁은 더 접전이라고 생각하고 반드시 이겨야 할 주를 위해 자원을 절약할 필요가 있다고 오래전부터 믿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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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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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민주당 지지 지역으로 '청색 벽(Blue Wall)'의 일원인 펜실베이니아는 2016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으나 최종 득표율 0.7%포인트 차이로 트럼프 후보가 이겼다. 지난 21일 현장 유세 지원에 처음 나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투입한 곳도 펜실베이니아이고, 24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이곳에서 지원 유세를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이기면 좋고, 못 이겨도 할 수 없는 '잉여' 경합 주에도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명백하게 약속하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후보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오는 27일 조지아주 유세를 잡은 것은 이런 맥락이다. 조지아주 여론조사 평균에 따르면 바이든이 트럼프를 0.8%포인트로 앞서며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를 5.1%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이지만, 2018년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 열풍이 불고 있다.

그러면서도 2016년 클린턴 후보가 미시간 같은 핵심 격전지를 무시한 채 승리하기 더 어려운 주에 공을 들였던 치명적 실수를 민주당은 잊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NBC 뉴스에 따르면 2016년 대선 직전 100일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6개 핵심 경합주(플로리다·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위스콘신)에서 클린턴 후보보다 유세에 50%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트럼프는 6개 주에 모두 133차례 찾아갔으나, 클린턴 후보는 87회 방문했다. 클린턴은 위스콘신은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이날 현재 6개 경합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3.8%포인트 앞서고 있다. 플로리다의 경우 불과 1.5%포인트 앞서고 있어 박빙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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