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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투자자 반대에도…"흩어져야 산다" 기업들은 물적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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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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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SK텔레콤 등 최근 주요 상장사들의 기업분할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락하고 있다. 기업분할을 단행한 상당수 기업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기업을 쪼개며 향후 기업 가치와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회사 및 종속회사 분할을 결정한 상장사는 총 8곳이다. 3분기(7~9월)에 분할하기로 한 상장사 11곳 중 대부분이 9월에 분할을 결정했다. 이달 들어서도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부문을, 디앤씨미디어가 웹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기로 하는 등 기업분할은 현재 진행 중이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기업들의 분할 이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LG화학(배터리) SK텔레콤(모빌리티) 두산(모트롤BG) 대림산업(석유화학) KCC(실리콘) 디앤씨미디어(웹툰) 등이다. 대부분 해당 기업의 주요 사업이거나 미래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으로 수익원(캐시카우) 역할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분할 이유로 전문성 제고를 통한 경영 효율성 강화, 재무구조 개선 등을 꼽고 있다. 공시를 통해 밝힌 분할 목적은 업종에 관계없이 거의 대동소이하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과거 효성, 롯데 등 주요 그룹의 기업분할이 인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된 데는 오너 등 대주주 일가의 주요 기업에 대한 지분율이 낮아 지분율을 높이려는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다"면서 "현재는 상당수 기업들이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했고 성장에 방점을 찍으며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물적분할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인적분할 시 분할한 신설법인 주식을 존속법인 소유의 자기주식으로 교환(주식스왑)함으로써 낮은 존속법인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물적분할은 존속법인이 분할한 신설법인 지분 모두(100%)를 소유함으로써 향후 신설법인 상장, 매각 등 대외적인 주요 의사결정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개인투자자 등 소액 주주는 분할 후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모두 상장된다면 동일한 지분을 보유할 수 있어 인적분할을 선호한다. 물적분할 시 분할 신설법인이 기존 존속법인의 수익원으로 여전히 역할을 하는 사업부문인지가 중요한데 신설법인 매각, 합병 등에 대한 결정이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서만 활용된다면 소액 주주의 가치가 훼손될 여지가 있다.

이런 우려에 최근 물적분할을 공식 발표한 후 대림산업(9월 11일, -6.03%) LG화학(9월 17일, -6.11%) 주가는 급락했다. 반면 KCC(9월 17일, 7.12%)처럼 급등한 사례도 있으며, SK텔레콤(10월 16일) 디앤씨미디어(10월 21일)는 공시 후 주가가 보합 수준에서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기업분할 시 기업 가치가 재평가받으면서 중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 물적분할과 관련해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마이너스 효과보다 배터리사업의 기업 가치 상승과 상장을 통한 프리미엄의 플러스 효과가 더 크다"고 평가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텔레콤에 대해 "물적분할 시 시가총액이 너무 적다는 인식이 확산돼 시총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할방식과 관계없이 기업이 분할결정시 소액주주를 비롯해 시장 참여자와 얼마나 잘 소통하느냐가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경우 핵심사업인 배터리 부문을 분할하면서 향후 언제 어떻게 상장해 얼마 만큼의 외부자금을 모으겠다는 등의 주요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컸고 주가 하락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물적분할에 대해서는 주주권익 측면에서 세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분할 후 존속법인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신설법인을 매각하거나 신설법인의 역량강화 등을 위한 합병 등을 진행하는 경우는 주주권익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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