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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허창수 "개혁가·애국경영인…당신은 영원한 일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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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회장 (1942~2020) / 정·재계 추모 물결 ◆

매일경제

이재용 삼성 부회장(맨 왼쪽)이 두 자녀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현대차 SUV `팰리세이드`를 타고 와 소탈함을 더했다는 것이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 분위기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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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재계 및 정계 등에서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이 오랜 기간 와병 생활을 이어간 가운데 이날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계에서는 안타까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들은 일제히 한국 경제 발전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이 회장의 헌신과 노력을 기억하며 그를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빈소에 조화를 보내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을 보내 고인에 대한 애도를 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 회장의 업적을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도 전달한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날 '당신은 영원한 일등이십니다'로 시작되는 추도사를 냈다. 허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이 땅에 뿌리내리고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산업보국을 실천한 기업인이었다"며 "이 회장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단력과 리더십을 발휘한 승부사였고, '변해야 살아남는다'고 외치던 개혁가, 품질에 있어서 타협하지 않는 완벽주의자, 누구보다 나라를 사랑한 애국경영인이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회장의 '산업의 주권은 끊임없이 흘러간다.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삼성전자 40년사 발간사)'는 어록을 인용하며 "생전에 기술 발전에 대한 열정이 높았던 이건희 회장은 흑백TV를 만드는 아시아의 작은 기업 삼성을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며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이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은 강도 높은 품질 혁신으로 삼성이 세계가 주목하는 브랜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추모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을 세계 최고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우리나라가 무역강국이자 경제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크게 기여했다"며 "무역업계는 고인의 정신을 기려 무역이 현재 어려움을 극복하고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그룹에서도 애도의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고인은 삼성의 오늘을 이끈 최고경영자였던 동시에 한국 경제에 큰 발자취를 남긴 분이셨다"며"이 회장의 별세는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우리나라 산업계의 대표 리더 중 한 분을 잃었다는 점에서 애석한 일"이라고 말했다.

CJ, 신세계그룹 등 범삼성가 기업들 역시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날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끈 '시대의 리더'이자 제가 평소 존경하던 집안의 어른이셨다"며 "황망하고 상실감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고 이맹희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형제 관계로, 삼성그룹 경영권을 두고 오랜 기간 갈등과 반목을 겪어 왔다. 신세계 측은 "고인은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며 "부고를 접하고 신세계그룹 역시 큰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타계 소식이 전해진 2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도 애도를 표시했다. 이들은 모두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고인의 업적을 높이 평가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은 고인이 남긴 '그림자' 역시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 고인께서는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고 애도했다. 이어 "그 결과로 삼성은 가전, 반도체, 핸드폰 등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고인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불인정하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셨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기셨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며 "일생 분초를 다투며 살아왔을 고인의 진정한 안식을 기원하며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정호진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건희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면서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MBC 경제부 기자 시절인 1980년 말 여름 제주도 전경련 세미나에서 만난 이 회장과의 인연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그를 추억했다. 박 장관은 이 회장이 '반도체의 미래'를 주제로 대화한 시간을 떠올리며 "당시 이 회장께서 일본 영화 '천칭'은 선대 이병철 회장께서 강추하셔서 여러 번 보았다고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는다"며 "일본 어느 마을 솥뚜껑 판매회사의 후계자 양성과정을 다룬 내용으로, 이 영화는 물건을 팔고 사는 상인과 소비자의 마음가짐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고졸 출신 첫 여성 임원을 지낸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회장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남겼다. 양 최고위원은 "1987년 회장 취임 후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오셔서 사원들을 격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반도체 사업은 '양심산업'이라면서 '국가의 명운이 여러분 손에 달렸다'며 사원들에게 소명 의식을 심어주셨다"고 말했다.

[박만원 기자 / 이윤재 기자 / 한우람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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