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이슈 2020 미국 대선

여론조사도 예측못하는 美대선 승자, 中이우시장은 알고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5월부터 8월 무렵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용품이 많이 팔렸습니다."

5년 전 저장성 소재 이우시장 방문 당시 알게 됐던 상점 주인 천씨에게 최근 미국 대선 유세물품 주문량에 대해 묻자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상황에서 뜻밖의 대량 주문을 받은 가게 주인들이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같이 답했다.

11월 3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중국 이우시장의 주문 동태가 관심을 끄는 것은 4년 전에도 미국 대선 당선자를 맞힌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우시장 상인들은 2016년 '선거용품 주문량'을 바로미터 삼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예측했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당선을 점치는 시각이 대세였기에 이우시장 상인들의 정확한 예측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우지수'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우지수는 이우시장의 수출 주문량에 기초해 미국 대선 판세, 월드컵 우승국 등 굵직한 국제 이벤트 결과를 예측하는 일종의 비공식 지표로 통한다.

이우지수 탄생 배경엔 '세계 잡화류 생산 메카'라고 불리는 이우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우시는 인구 130만명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잡화 중 30%를 생산하고 있고, 210여 개국과 교역을 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입 규모는 무려 2967억위안(50조4800억원)에 달했다. 이곳에 위치한 세계 최대 도매시장인 이우시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총면적이 베이징올림픽 스타디움 면적 대비 18배에 이르는 이우시장에는 60만개(4월 기준) 점포가 입주해 있고, 200만종 제품을 판매·수출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매체 싱크차이나(Think China)는 "하루 10시간씩 이우시장을 둘러본다고 가정했을 때 한 점포에 1분씩만 머물러도 시장 전부를 돌아보는 데 4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슈퍼마켓'인 이우시장에선 지난 몇 달 동안 현수막·깃발·모자와 같은 미국 대선 유세물품 주문이 밀려들어 '선거 특수'를 누렸다. 특히 지난 9월 싱크차이나는 이우시장 국제무역타운 소재 현수막 상점을 소개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의 선거용품 주문량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진영보다 더 많다"며 "주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제작한 한 상점 주인은 싱크차이나와 인터뷰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트럼프 진영 현수막을 10만개 이상 생산해 한 개당 4.8위안(약 817원)에 판매했다"며 "반면 바이든 진영에서 받은 현수막 주문은 몇천 개에 그쳤다"고 했다. 이 무렵 싱가포르 연합조보 역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우시장 상인들은 트럼프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우지수를 곧이곧대로 믿기란 무리다. 선거용품 주문량이 많다는 사실은 유세에 자금을 더 많이 투입하고 있다는 정황과는 연결될 수 있지만 선거 결과와 상관관계는 낮기 때문이다. 또 공화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들보다 열정적으로 오프라인 집회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어 선거용품을 더 많이 구매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염려 등을 이유로 '온라인'을 통한 지원 활동에 적극적이다.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몰라도 이우지수는 그동안 엄청난 주문량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의 잠재적 예측 능력을 보여줬다. 이우시장 상인들은 2018년 영국 해리 왕자 결혼식에 앞서 영국 왕실의 혼례용품 주문이 빠르게 늘어난 것에 주목했다. 또 같은 해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두고 프랑스 국기와 목도리 주문량이 급증하자 프랑스의 우승을 점쳐 맞히기도 했다. 아울러 이우시장 상인들은 지난 5월 발생한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무렵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의 주문량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싱크차이나는 "이우지수에 엄격한 과학적 잣대를 대긴 힘들다"면서도 "주문량을 바탕으로 국제 무역의 트렌드와 교역 활력을 반영하는 지표임에는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