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서점가 `노벨상 특수`가 사라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년 10월이면 찾아오는 서점가의 노벨상 특수가 올해는 '미풍'에 그치고 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루이즈 글릭의 시집 중 국내에 출간된 책이 하나도 없는 데다, 경제학상 수상자의 책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서다.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의 책 일부만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어 평년 같으면 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 있었던 노벨상 수상자의 특별 매대도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문학상이 사상 첫 2명의 수상자를 내고 국내에도 인지도가 높은 페터 한트케가 포함되면서 두 작가의 책이 수상 직후 수만 부가 팔리며 특수를 누렸다. 경제학상도 아브히지트 바네르지·에스테르 뒤플로 부부의 대중성 있는 저서인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가 깜짝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올해는 의외의 책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글릭의 '눈풀꽃'을 수록한 류시화 시인의 시선집 '마음챙김의 시'(수오서재 펴냄)다. 기원전 1세기의 랍비와 수피의 시인뿐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와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같은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의 시까지 선별해 담은 책이다. 10월 3주차 교보문고와 예스24 베스트셀러에서 이 책은 나란히 9위에 올라 있다. 노벨상 발표 이후 2주째 10위권을 지키는 중이다. 지난 9월 중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를 달리고 있었는데 노벨상 소식 이후 순위가 치솟았다.

'마음챙김의 시'에서 류 시인은 '눈풀꽃'에 대해 "인생이라는 계절성 장애를 겪으며 잠시 어두운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라고 소개한다. 교보문고는 "국내에 출간된 시집이 없어서 수록된 것만으로도 독자들에게 큰 관심을 얻을 수 있었다. 향후 출간될 시집이 기대된다"면서 "2009년 노벨상 수상자 헤르타 뮐러도 수상 당시에는 국내에 소개된 작품이 없어 책 속 그림에 대한 감상 한 편을 담은 '책그림책'이 관심을 얻었고 이후 작가의 작품 5종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글릭의 시집은 내년 이후에나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문학출판사들은 10여 종이 넘는 글릭의 시집 중 대표작 위주로 판권 구입에 나서고 있고 시집 전문 번역자도 귀해 출간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과학 분야 수상자 중에는 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의 '크리스퍼가 온다'가 교보문고 과학 분야 24위, 예스24 자연과학 분야 28위까지 올랐다. 다우드나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최초 개발자로서, 이 책을 통해 유전자가위의 연구 개발 과정과 그 원리를 상세하고 명쾌하게 밝힌다.

출판사 프시케의숲은 "출간된 지 2년이 된 책이고 그간 꾸준히 나가고 있었는데 노벨상 발표 직후 판매가 일부 늘어나면서 중쇄를 찍었다. 전문적 학술서라기보다는 과학교양서에 가깝지만 아무래도 유전자공학을 다룬 점이 허들로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가 쓴 '실체에 이르는 길' '마음의 그림자' '시간의 순환'(승산 펴냄)을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우주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풀어낸 그의 대표 저술들이다. 펜로즈가 쓴 '우주 양자 마음'(사이언스북스 펴냄)은 2002년 출간되어 절판되었다가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을 계기로 재출간됐다. 펜로즈가 '인간 가치에 관한 케임브리지 태너 강연'을 중심으로 스티븐 호킹 등 세계적인 동료 석학들과 함께 물질과 마음의 본질에 대하여 토론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