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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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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덕’ 바이든이 대통령되면, 낙후된 미국 철도에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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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시절부터 30년넘게 앰트랙으로 통근

"철도 노동자 일자리 보전되고 철도 산업 활기 찾을 것" 기대감 커져

여행과 통근 수단으로 기차를 즐겨 이용하거나 철도에 관심이 많은 애호가들을 종종 ‘철덕’이라고 부른다. 철도의 ‘철’과 오타쿠(마니아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를 줄여 한국어처럼 부르는 ‘덕’의 합침말이다.

조선일보

지난 9월 30일 마스크를 쓴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피츠버그 기차역에서 앰트랙 열차에 오르면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오른쪽에서 먼저 열차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이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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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는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대표적인 ‘철덕’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인으로는 드물게 기차를 통근수단으로 애용하며 국영철도회사 앰트랙(Amtrak)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표시해왔다.

이 때문에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경영난을 겪고 있는 철도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외신보도가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4일 ‘바이든이 위기에 빠진 앰트랙의 구명줄이 될 수도 있다’라는 기사에서 바이든을 ‘앰트랙 전도사(Amtrak Evangelist)’로 부르며 그의 철도 사랑을 소개했다.

바이든은 앰트랙의 오랜 단골 고객이다. 1972년 11월, 30세의 나이에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됐지만, 한달 뒤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나온 부인과 두 살 딸을 교통사고로 먼저 보내는 비극을 겪는다.

그는 살아남은 두 아들을 보살피기 위해 워싱턴에 머무는 대신 185㎞ 가량 떨어진 델라웨어집을 왕복 네시간씩 통근했다. 그의 열차 통근은 2009년 부통령에 당선되며 방탄차량을 제공받으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이 일화는 바이든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일화로 종종 소개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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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30일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를 오가는 열차 유세를 하면서 오하이오주 얼라이언스 기차역에 내려 승강장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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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통근열차 노선을 담당했던 전직 앰트랙 차장 그레그 위버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동영상에 출연해 “바이든은 항상 친근감을 갖게 했고 기차 안의 누구와도 같이 했다”고 말했다. 1987년 그가 처음으로 대권 후보에 도전할 때도 첫 유세를 택한 곳은 앰트랙 열차 객차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TV토론을 한 다음날 택한 유세일정도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유권자들과 전세 열차에서 가진 담화였다.

NYT는 “앰트랙은 바이든의 인생, 정치적 정체성의 핵심”이라고 했다. 심지어 그에게는 ‘앰트랙 조’라는 별칭도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앰트랙과 철도업계는 바이든의 당선을 간절하게 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앰트랙은 한국의 코레일에 해당하는 국영철도회사다. 2차 대전 이후 항공산업이 발전하고, 미국 전역에 거미줄 같은 도로망이 깔리면서 철도 여객 산업이 황폐화되자, 미국 정부가 민간 철도 회사들의 여객 부문을 흡수 통합해 만든 회사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낡은 설비, 비효율적 운영, 만성적 경영난 등이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최근 노년층을 타깃으로 한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하고, 일부 지역에 현대적인 고속철도 노선을 계획하는 등 의욕적으로 미국 철도의 부활을 꾀했지만, 올해 코로나 창궐로 승객수가 급감하면서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승객 수요 감소→운임 수입 급감→열차 감축 운행→일자리 축소의 이어지며 직원 20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연말까지 28억 달러의 긴급 경영자금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2400명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앰트랙 측은 우려한다. 그러나 긴급 자금 투입 승인 법안은 지금 하원에 계류돼있는 상황이다.

물론 바이든이 당선된다고 해서 당장 철도의 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경영난으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은에게는 구명줄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소 앰트랙 직원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가져온 그가 경영진들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직원들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경영진들로 하여금 직접 긴급자금 투입을 위한 의회 로비에 나서도록 채근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온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9월 트위터에 무급휴직으로 직장을 떠난 직원 2000명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후보 캠프는 NYT는 앰트랙의 직원 감원이나 서비스 감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세부적인 사항은 말해줄 수 없다”면서도 “오랜 단골 승객이자 철도 직원들의 지지자인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앰트랙 노동자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철도업계 관계자들과 철도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다른 교통 수단에 비해 낙후됐던 철도산업이 부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교통담당 부보좌관으로 일하고, 현재는 바이든 캠프의 교통 인프라 워킹 그룹을 이끌고 있는 존 포카리는 이달초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바이든 행정부는 앰트랙을 원상회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며 “비행기로 오가는데 한계가 있는 중소규모 도시들을 연결하는 400마일(약 643㎞)의 새로운 노선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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