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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천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줄사택' 철거 계획 제동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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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자 합숙소…문화재청 "시대적 아픔 잊지 않아야" 보존 권고

연합뉴스

미쓰비시 줄사택
[인천시 부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로 쓰였던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을 철거한 뒤 주차장을 조성하려던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2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문화재청은 시와 부평구에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 협조 요청(보존 권고) 공문을 보냈다.

문화재청은 공문에서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역사의 장소'라며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한 공간으로 보존 및 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한 근대문화유산'이라고 했다.

또 '철거 위기에 따른 시민단체 등의 지속적인 보존 요청이 있었다'며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 등록 등을 검토해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이 온전히 보존되고 역사교육의 장소로 활용돼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각별히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문화재청이 철거 대상 근대 건축물에 대해 보존 요청을 하는 것은 흔치 않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미쓰비시 줄사택은 인근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내) 일본군 무기공장인 '조병창'과 연계되는 중요한 유적"이라며 "앞선 현장조사에서 가치 평가 결과 문화재로 등록할 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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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줄사택의 옛 모습
[인천시 부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재청이 보존을 권고한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이 관리하는 군수물자 공장인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 노동자가 거주했던 곳이다.

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대부분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으로 추정돼 줄사택은 당시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주민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낡은 주택이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아 주변 분위기까지 어둡게 한다며 철거 뒤 주민편의시설을 조성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부평구는 미쓰비시 줄사택 9개 동 가운데 3개 동은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를 짓기 위해 2018년 12월과 지난해 7월 2차례에 걸쳐 이미 철거했다.

부평구는 나머지 6개 동 가운데 4개 동도 매입 절차를 거쳐 추가로 철거한 뒤 주차장을 조성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 문화재청의 보존 권고에 따라 이 같은 계획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문화재청의 보존 권고는 강제성은 없으나 이를 따르지 않으려면 재협의 등 절차가 필요하다.

부평구 관계자는 "문화재청의 보존 권고에 따른 후속 조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추후 내부 부서 간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쓰비시 줄사택은 지난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이 주최한 '제17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소중한 문화유산상'에 선정된 바 있다.

인천고 학생 519명도 줄사택 철거를 막고 기념관을 조성해 달라는 단체 서명부를 자발적으로 준비해 지난해 11월 부평구에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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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줄사택 내부 모습
[인천시 부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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