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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왜?]"구충제 효과"→"먹는 환자들 말려야" 김철민 국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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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구충제 항암' 실패 밝혀 "암 더 커졌다"

김철민 "대체요법도 상담해줄 전문의 필요"

보건복지부 "제대로 연구해서 국민에 알려야"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개 구충제(펜벤다졸)를 먹은 후 암세포가 더 커졌고 경추에도 큰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전이가 됐다. 선인장 가루를 액으로 만들어 마시기, 대나무 죽순으로 식초 만들어 먹는 것도 제안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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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철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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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치료를 위해 개 구충제(펜벤다졸)를 복용해 화제가 됐던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씨가 22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등장해 증언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 김씨는 참고인 신분으로 참여해 대체요법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씨는 “암환자들은 이상한 제품에 현혹되기 쉽고 위험성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담 없이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면 나도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복용하기 쉽다”며 “전문적으로 상담해주는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건강상 녹화 영상으로 참여했다.

앞서 김씨는 개 구충제 복용 후 염증 수치가 내려가는 등 호전 중이라고 밝혀 주목받았다. 그는 현재 폐암 4기로 투병 중이다.

김씨는 해외 유튜브 영상을 중심으로 퍼진 개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설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도했다. 그의 도전에 많은 이들이 희망을 걸고 응원했다. 또 약국마다 동날 정도로 구충제 판매량이 뛰었다. 그러나 지난달 그는 결국 실패했고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구충제, 선인장, 대나무...‘환자들의 지푸라기’ 대체요법

이날 국감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대체 요법을 제도권 안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김씨의 말에 공감했다. 박 장관은 “암 환자들이 매일 상담을 하거나 (대체 요법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의료체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강구해야 할 지 깊이 검토해보겠다”고 약속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펜벤다졸의 경우도 정부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지만 이걸 복용하는 환자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복용, 부작용, 판단이 모두 환자들의 몫이었다”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또 “미국은 국립보건연구원 산하에 대체의학 연구 센터가 있어 환자들을 위한 치료법 근거 마련과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대체요법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 실태조사를 하고 근거 수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사이비 의료와 구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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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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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처럼 대체요법도 연구하고 권장·제재해야”

얼마 전 신 의원은 암 환자들 사이에 개 구충제 복용 열풍이 일었던 2019년 이후 동물용·인체용 구충제의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인체용 구충제의 생산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상반기에만 전년 생산액을 다 합한 것보다 44.2% 증가한 108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알벤다졸은 48.1%, 메벤다졸은 111.7%, 플루벤다졸은 36.7%가 각각 증가했다.

신 의원은 “암뿐만 아니라 비염, 당뇨 환자들도 구충제를 복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확한 의학적 정보전달 및 올바른 약물 이용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암환자들의 대체요법에 대한 제도권 관리체계 구축도 시급하다”고 했다.

암 환우들은 병원에서도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태에서 마지막 버틸 힘을 얻기 위해 대체요법을 알아보는 실정이다. 이에 무조건 ‘대체요법은 효과 없다, 하면 안된다’라는 말보다는 효과와 부작용을 연구를 통해 검증해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나온다.

대표적으로 작년부터 거센 구충제 열풍이 불었지만 올해 초 국립암센터는 임상시험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암센터는 검토 결과 구충제가 항암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고 안정성도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윤리적·과학적으로 임상시험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흥태 국립암센터 임상시험센터장은 “암 투병 환자들의 절박한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분들의 마음을 알기에 임상시험 여부를 검토한 것”이라고 다독였다. 하지만 환자들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쉬움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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