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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아빠의 마지막 전화 목소리 귀에 맴돌아”… 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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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의 형 이래진씨가 24일 밤 서울 경복궁역 주변 거리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이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피살한 우리 측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의 형 이래진(55)씨는 24일 “조속히 동생 시신이나 유해를 송환하고 남북한 UN 공동 조사를 요청한다”고 북측에 촉구했다.

이날 대독된 편지를 통해 공무원 아들은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 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그 무엇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믿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북한 피살 해수부 공무원 추모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피격 사건 조사와 관련해 “수사에서 가장 많이 해야 할 사고 선박의 기본적 컨디션은 언급 없이 엉뚱한 프레임에 거짓수사를 하다 보니 부실수사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디 군과 해경은 기본만 지켰으면 아는 거짓보다 진실을 밝혀 달라. 만일 정보가 부족했고 변수가 많아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면 가족에 위로의 말이나마 진심으로 해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촉구한다”면서 “조속히 동생 시신이나 유해를 송환하고 남북한 UN 공동 조사를 요청 드리며, 더는 대한민국 국민 생명 위협하거나 만행을 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했다.

세계일보

이래진(55)씨는 24일 이씨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나아가 “국민에게 희망과 안전을 보여줘야 할 그 때, 정부는 조용히 있었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무력함을 보여줬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죄하라”고 주장했다.

행사에서는 숨진 공무원 아들이 작성한 편지도 대독됐다. 아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빠”라며 “공부 잘되느냐고 물어보시던 아빠 전화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 없다”고 마음 아파했다.

이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안한 대로 말하고 판단해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얘기한다”며 “아빠를 평가할 자격이 되는 사람은 20년을 함께 해 온 엄마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 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엄마는 아빠가 차디찬 바닷속에서 우리가 빨리 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잠을 잘 수 없다고 한다. 아빠의 마지막 전화 목소리가 귀에 맴돌아 저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남겨주신 숙제, 큰 아빠와 함께 풀어가려고 한다”며 “그 무엇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믿고 싶다”고 적었다.

앞서 윤성현 해경 수사정보국장은 22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실종자 이씨는 출동 전후에 수시로 인터넷 도박을 하는 등 도박에 깊이 빠졌고, 실종 직전 동료·지인 30여명에게 받은 꽃게 대금(약 730여만원)까지 모두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기상 상황 등이 양호했기에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의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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