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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치할까? 대선 출마는?…‘퇴임후 봉사’ 발언에 엇갈리는 복잡한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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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거침없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수많은 발언이 보도됐지만 정작 정치권을 술렁이게 만들고 있는 발언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임기 마치고 나서 정치할 생각 있습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 지금 제가 제 직무를 다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고 제가 또 향후 거취에 대해서 뭐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퇴임하고 나면 제가 소임을 다 마치고 나면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그런 방법을 좀 천천히 퇴임하고 나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김도읍 의원 : 그 방법에는 정치도 들어갑니까?
윤석열 총장 : 글쎄요. 그건 뭐 제가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윤 총장이 정치권에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정계에 입문하면서 국민에 대한 '봉사'를 명분으로 내세운 화법 때문입니다. 더구나 윤 총장이 "(봉사 방법에 정치가 포함되는지) 지금은 말하기 어렵다"며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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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3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낙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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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만에 공식 논평 낸 민주당 "총장 직분 다하라"

몇 번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0%대 수치를 기록했던 윤석열 총장이기에,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습니다. 뚜렷한 야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추미애 장관 등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 총장이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나올 수 있지 않느냐는 겁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어제(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의 국감발언과 태도에 대해 "민주주의 기본 원칙도 무시하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총장의 '퇴임 후 봉사' 발언과 관련해 지도부의 논의는 없었다며, 정계 입문 가능성에 대해선 "노코멘트"라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윤 총장의 정계 진출 의사가 아직은 확실치 않은 데다, 섣부른 대응으로 '반문(反文) 진영'의 판만 키워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던 민주당이 오늘 공식 논평을 냈습니다. 강선우 대변인은 "검찰총장의 직분을 다하는 것이 곧 국민을 위한 봉사"라며 "본래 공직자의 자리란 국민께 봉사하는 자리로, (퇴임 후) 천천히 생각해 볼 일이 아니"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부터라도 자신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정하고 치우침 없는 수사를 하면 될 일"이라며 "국감은 검찰이 국민의 눈으로 감사를 받는 엄중한 자리이지, 총장 1인을 위한 무대가 아니다."라고도 지적했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 맡은 검찰총장 직분을 다하라는 거였는데 여권 내에선 더욱 강한 메시지들이 나왔습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의 행위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특히 "보수언론과 야당이 유력 대권후보로 지지를 보내니 대통령도 장관도 국민도 아무것도 눈에 뵈지 않는 게 분명하다"며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인 검찰개혁을 거부하고 보수 야당과 보수언론 쪽에 붙기로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을 겨냥, "'주권재민(民)'이지 '주권재검(檢)'이 아니"라며 "'칼'은 잘 들어야 한다. '칼잡이'의 권한과 행태는 감시받고 통제되어야 한다"는 짧은 글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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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신환 전 의원(맨 오른쪽)이 운영하는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를 방문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왼쪽엔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른쪽엔 정양석 신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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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정치 단정 못 해", 주호영 "공직자는 중립성"…장제원 "여왕벌 나타났다"

야권에서도 다양한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속내는 여권보다 훨씬 더 복잡해 보입니다.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윤 총장의 정계 입문 가능성 자체를 낮게 봤습니다. 김 위원장은 어제(23일) 오신환 바른미래당 전 의원이 운영하는 정치문화플랫폼 하우스(How's)를 깜짝 방문한 자리에서 "(윤 총장이) 퇴임하고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서 "변호사들이 사회활동으로 봉사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총장을 영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국감대책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을 얘기하는 게 마뜩잖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직에 있고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할 정치 중립성 있는 사람들에 대해 정치 가능성을 언급해 순수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갖고 온다,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인사들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적(敵)의 적은 동지', 그래서 '우군(友軍)'일 수 있지만, 과거 박근혜 정부 당시 좌천을 당했었고, 현 정부 초기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었던 윤 총장에 대해 마냥 호의적일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엿보입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와 각을 세우고 있는 장제원 의원은 윤 총장의 국감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장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사위 국감은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며 "여야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서 추미애 장관까지 모두를 조연으로 만든 정치 블록버스터였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금태섭 의원의 탈당에도 반색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왜 윤 총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대해서는 '변호인도 봉사'일 수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을까요? 상상하기 싫었던 강력한 대안이 등장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의원은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났다"며 "윤석열 쇼크는 기존 대선 잠룡들의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범야권의 무게중심이 비대위에서 대선 잠룡들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윤 총장에게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을 놓고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홍 의원은 어제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의 적폐수사를 언급하며 "우리를 그렇게 모질게 못살게 굴던 사람을 우파 대선 후보 운운하는 것도 아무런 배알도 없는 막장 코미디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모택동식 사고방식이 안타깝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추 장관의 연이은 수사지휘권 발동이 부당했다고 생각했다면 당당하게 이를 거부했어야 했다"면서 "어처구니없는 수사지휘권 발동을 두 번이나 수용하고도 계속 총장을 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도 했습니다.

홍 의원은 오늘도 글을 올렸는데 "역대 검찰총장 중 이렇게 정치적인 검찰총장은 전무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그만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 던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잘 모실 테니 정치판으로 오라. 그게 윤 총장이 당당하게 공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치 나설까? 차기 대선은?

윤석열 총장이 정치권에 발을 들일지, 아닐지, 현재로선 알 수 없습니다. 과거 윤 총장의 정치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윤 총장을 잘 안다는 검사들과 검찰을 오래 출입해온 법조기자들은 열이면 열,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천생 검사이지, 정치하곤 거리가 멀다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쯤에서 눈여겨 봐야 할 윤 총장의 국감 발언이 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 "야당 정치인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검사장 직보를 받고 제 식구 감싸기라는 욕을 먹지 않도록 철저히 하라 하고…"

라임 사태의 야권 인사 연루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은 윤 총장이 '제 식구'라는 표현을 쓴 것인데, 은연 중에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내년 7월까지인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후년 3월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의 바람과 맞물리게 될 경우,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지 5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인물난을 겪고 있는 보수 야권이 상황 타개를 위해 윤 총장을 대항마로 주목할 수도 있습니다. 윤 총장이 이미 정치적인 행위와 발언을 하고 있다는 민주당, 현 정권이 윤 총장에게 '갑질'을 하고 있다는 국민의힘, 이들의 우려와 기대, 경계심이 뒤섞이면서 정치권이 물밑에서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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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 기자 (bd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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