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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도시재생지역은 공공재개발 제외…반발하는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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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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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이 열악한 성북5구역 내 모습. /사진제공=성북5구역 추진위


정부가 공공재개발 시범 대상지에서 도시재생지역을 제외시키기로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벽화, 화단 꾸미기 등 보여주기식에 머물러 주거환경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일부 구역은 도시재생반대 서명서를 징구하고 재생사업 예산집행 반대 서명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공공재개발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공공재개발과 도시재생사업 간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비 집행 전에 재개발로 전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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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제기5구역 추진위는 최근 서울시에 공공재개발 추진을 신청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이라 공공재개발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와서다. 이 구역은 2018년 4월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후 작년 10월 도시재생뉴딜사업 중 '우리동네살리기' 유형인 '재기(再起)하라! 고대앞 마을' 사업지로 선정됐다.

추진위 측은 주거환경 노후도가 심각한 만큼 사업이 초기단계일 때 재개발로 전환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LH에 따르면 '재기하라! 고대 앞마을' 전체 사업비 예산은 국비 50억원, 지방비 75억원 등 125억원인데, 현재까지 국비집행액은 2억8000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역 주민은 "동북선 환승역으로 개발되는 고려대역 초역세권 입지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낭비가 아닐 수 없다"며 "바로 옆 제기6구역이 개발되는 것을 보며 주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신·숭인동 등 사업비 투입돼도 주거환경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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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환경이 열악한 성북5구역 내 모습. /사진제공=성북5구역 추진위



제기5구역이 사업이 더 진행되기 전 재개발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재생사업이 일부 진행된 구역들의 상황이 워낙 열악해서다. 2015년 서울 1호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된 창신·숭인도시재생구역과 2017년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된 가리봉 지구가 대표적이다.

이들 구역도 공공재개발 사업을 원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산의 중복 집행 금지와 정책 일관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음에도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에 치우쳐 주거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창신·숭인동에서 추진된 사업은 이음피움봉제역사관, 백남준기념관, 산마루놀이터, 채석장 전망대, 원각사 도서관 등 건축물을 신축한 게 전부다.

주거환경의 열악함은 최근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서울연구원이 펴낸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건축규제완화 실효성 제고방안'에 따르면 2015~2019년까지 1단계 도시재생활성화지역의 신축 비율은 4.1%로 서울시 일반 저층주거지 신축 비율(6.1%)보다도 2%포인트나 낮게 나타났다. 반면 50년 이상 된 건물 비율은 15.3%로 상당히 높았다.

공공재개발 시범 대상지에서 배제됐음에도 창신동 주민들은 지난달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사전의향서를 징구하고 있다. 또 도시재생 중단 성명서 1300장을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가리봉동 주민들 역시 최근 추진위를 구성해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성북5구역(전 성북3구역)은 최근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구역 내 주민공동이용시설 조성에 예산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반대서명을 걷어 제출했다. 추진위 관계자는 “공공재개발 사전설명회 일정까지 잡혀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거라고 서울시가 제동을 걸었다”며 “실제로 투하된 예산이 없기 때문에 사전조치 차원에서 서명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배제 대신 도시재생-공공재개발 연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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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도시재생과 공공재개발, 두 사업 간에 연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점진적인 개량을 전제로 한 도시재생사업과 철거 후 개발을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사업을, 대상 지역의 사업 여건과 공공의 역할 분담 수준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공의 직접 재원이 아닌 제도적 지원을 통해 정비를 추진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도시재생 수단으로서의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게 골자다. 재원의 효율적 배분을 고려했을 때 공공재개발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공공재개발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도시재생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래 도시재생은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하는 개념인데 지금은 도시재생에서 처음부터 재건축·재개발을 배제하기 때문에 재생사업 후에도 도시가 실제로 바뀌는 게 없다”며 “이대로라면 도시재생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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