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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의 시대]늘어나는 황혼이혼, 재산분쟁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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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거나 이혼 후 혼자 살다가 재혼을 고려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늘고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재혼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시 실패하지 않고 잘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과 각자의 가족이 잘 화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크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각자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것이다. 재산과 관련한 문제는 아무에게나 쉽게 드러낼 수 없다 보니 혼자서 오래 고민하다가 ‘100년 리빙트러스트센터’를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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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2019년 통계청의 ‘혼인·이혼통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현재 한국의 남성은 평균 33.4세에 처음 결혼한다. 남자는 약 15.3년 결혼생활을 한 후 평균 48.7세에 이혼한다. 이혼 후 재혼하지 않는다면 이 남성은 기대수명인 79.7세까지 약 31년을 혼자 살다 사망할 것이다. 여성은 평균 30.6세에 처음 결혼하고 이혼한다면 약 14.7년 뒤인 평균 45.3세에 이혼한다. 이혼하고 혼자 산다면 기대수명 85.7세까지 장장 40.4년의 세월을 독신으로 보내게 된다. 이 수치를 보면 이혼 후에 노년을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것과 그 긴 시간을 함께 할 배우자가 다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알려준다.

2019년 통계청 ‘혼인 종류별 혼인현황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재혼한 남성의 경우 약 94.8%, 여성은 94.1%가 이혼 후 재혼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사별 후 재혼은 각각 5.2%, 5.9%로 낮아지는데 어떤 이유일까. 이혼 후 재혼 비율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상속으로 인한 자녀의 반대와 같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재혼 가정의 현실적 고민과 해결법

1년 전 부인과 사별한 70세의 신호길(가명) 씨는 50대 후반의 여성과 재혼을 앞두고 있다. 자영업을 하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지인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볼 것을 권유받았고 그렇게 만난 사람과 남은 생을 함께하고자 한다. 문제는 두 아들이 자신의 결혼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별 후 1년도 안 돼 재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또 신씨가 보유한 작은 건물이 있는데, 그 건물은 사별한 부인과 함께 일군 재산이라 아들들은 상속문제도 은근히 신경 쓰는 눈치다. 사실 재혼할 여성의 형편이 넉넉하지 않고 전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도 있다. 갈등의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가족의 잠재적인 갈등요소를 없앨 방법은 무엇일까.

재혼에 앞서 신씨는 두 아들과 재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들이야 재산을 미리 받으면 좋겠지만, 신씨 입장에서는 미리 나눠주는 게 능사가 아니다. 신씨는 건물을 미리 증여하지 않고 사후에 아들들에게 상속하는 것으로 협의하였다. 단, 현재 보유한 현금과 건물 임대료 소득은 재혼한 부인과의 생활비로 사용할 것이라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이러한 내용으로 유언장을 작성할 수도 있지만 신 씨는 보유한 건물에 대한 재산관계를 좀 더 명확하게 정리해두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선택하였다. 건물관리와 임대료 관리는 지금처럼 자신이 직접 하지만, 신탁계약 해지 등에 대한 특약을 맺어 자녀과의 약속을 남겨놓기로 하였다. 신씨의 경우는 가족 간 합의에 따라 재산 처리 방법을 결정하고, 재혼 가족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었다.

한편 전처와 이혼한 후 홀로 아들을 키우고 결혼까지 시킨 최만수 씨는 재혼 후 재산문제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최씨는 15세 연하의 현재 부인을 만나 새 가정을 꾸렸다. 재혼한 부인과의 사이에 자녀 둘을 두었다. 늦은 나이에 자녀들은 어린데 자신은 벌써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최근 큰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며 자금 지원을 요청해왔다. 큰아들에게는 결혼할 때를 포함해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문제는 지금의 어린 자녀의 교육과 결혼비용 그리고 현재 부인의 노후 대비도 필요하다. 이런 최씨의 고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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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도 신탁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최씨는 우선 자신과 배우자를 위한 노후자금을 신탁으로 관리하되 자신의 건강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즉 현재 보유한 수익형 부동산을 부동산신탁으로 관리하며 임대수익을 받아 생활하고, 만일 치매나 질병 등으로 은행거래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노후 관리를 위한 별도의 내용을 신탁계약에 포함할 수 있다. 또 배우자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지켜주기 위해 일부 증여하거나 별도로 신탁에 맡겨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어린 자녀를 위해서는 자산이 사망하더라도 신탁을 통해 관리하며 일정한 나이가 되면 지급하는 내용의 유언대용신탁도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재혼 가정의 경우는 노후 대비와 상속과 관련한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사전에 현명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혼 배우자를 위한 대비도 가능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배우자에게 일부 자금을 주거나 생활비만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긴 시간을 함께했다 해도 상대방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남은 이는 아무런 권리도 주장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도 유언대용신탁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상속에 있어서는 법적 배우자만이 상속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에 사실혼 배우자는 전혀 상속을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에 대비해 재산 중 일정 금액을 동반자의 몫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해놓을 수 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에도 사실혼 배우자인 다른 상속인들의 동의 없이 신탁된 재산만큼은 문제없이 귀속받을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재혼을 앞둔 이들은 각자 보유하고 있는 재산은 신탁을 통해 별도로 구분관리 조치를 해 놓을 수도 있다. 각자의 재산을 신탁계약. 금전, 부동산, 주식 등 어떤 재산이든 신탁해 자기 뜻대로 관리·운용하고 사후 상속인도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정하는 것이다. 영미권 국가에서는 재혼 과정에서 이런 식의 신탁을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어 이혼과 재혼이 증가하고 있는 우리도 기존 재산과 재혼 후 재산관리를 구별하는 사전 예방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배정식 센터장은…

1993년 하나은행에 입사해 현재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리빙트러스트를 연 뒤, 신탁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서울대 금융법무과정, 고려대 대학원(가족법),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등을 거쳐 호서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금융연수원 등에서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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