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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피의자 말로 檢 때리는 與···김봉현 통하자 이혁진도 "검찰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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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22일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26일 이후 법 개정에 착수해 최대한 빨리 공수처를 출범시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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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라임사건 김봉현 씨의 입장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174석 거여(巨與)의 원내 사령탑인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를 시작하며 꺼낸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 검찰의 타락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일부 특수부 검사들의 부패와 비리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검찰의 민주적 통제와 견제를 위한 제도개혁은 더 강력히 추진되어야 한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발언 시간의 절반을 검찰 비판에 할애했다. 근거는 전날 공개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2차 자필 입장문이었다. “폭로가 사실이라면”이란 전제를 두 차례 달긴 했으나, 비판 수위는 여느 때보다 높았다. “일부 타락한 특수부 검사들”, “거의 정치공작 수준” 같은 원색적인 표현도 사용했다.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돼 구속기소 된 김 전 회장의 자필 입장문은 이날 민주당 곳곳에서 인용됐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한마디로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가 다 들어 있는 폭로”라며 “김봉현에 대한 6개월간 66여 차례 소환조사의 실체가 편파수사, 공작수사”라고 주장했다.

박범계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김봉현을 변호한) A 변호사와 문상을 같이 다녀왔냐”고 추궁했다. 김용민 의원도 “검찰총장과 A변호사의 친분이 얘기되는데 뼈아프게 들으셔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김 전 회장 입장문에 담긴 내용이었다. 범죄 피의자가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하며 검찰을 비판하고, 집권 여당 의원들이 이를 인용해 검찰을 비판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피의자 주장→여당의 ‘檢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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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두 차례 입장문은 연일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인용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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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A 변호사가 꼭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는 내용이 담긴 김 전 회장의 1차 입장문이 공개된 이후, 민주당은 “검찰이 정치개입을 시도했다”며 검찰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피의자 주장→여당의 검찰 비판’ 프레임이 작동하자, 김 전 회장에 이어 이혁진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도 움직였다. 수사 중 해외로 도피한 이 전 대표는 횡령·상해·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지명 수배됐고, 최근엔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도 청구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사건은) 정권과 연계된 게 아니라, 철저하게 모피아와 법비(法匪·법을 악용하여 사익을 취하는 무리)들이 사기꾼과 만났을 때 발생한 최악의 금융 사기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말 교묘한 프레임으로 저를 이 사기 사건의 주범인 양 호도하려고 한다”고 했다. 2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전화 인터뷰에선 “처음부터 검찰이나 금감원에서 제대로 들여다봤으면 지금의 수천억의 펀드 피해자들은 사기를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에 책임을 돌렸다.

이날 민주당 법사위원들도 옵티머스 사건의 책임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추궁했다. 박 의원은 “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 사건을 윤 총장이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전부 다 무혐의 처분했다”며 “이렇게 허접한, 허술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송기헌 의원도 “선의의 피해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결과적으로 확실히 그때 무혐의 결정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유죄 판결 난 사건에도 “감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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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박근혜 정권의 하명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법무부 감찰을 촉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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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엔 안민석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5년 전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난 사건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구했다. 이들은 신계륜·김재윤·신학용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입법 로비’ 사건을 언급하며 “청와대가 하명하고 검찰이 호응하여 피의사실 공표하고, 결국은 입법을 위한 여론 수렴 과정을 입법 로비라는 프레임으로 기획하여 야당 정치인을 감옥에 보낸 것이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여당이 연일 검찰을 강도 높게 공격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현재 의석 구조상 이런 여론전 없이도 공수처법 개정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분명히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흐름이 우리에게 유리한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 외곽에선 이날 정부·여당이 ‘라임·옵티머스 수사 뭉개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사기 사건의 실체를 파헤쳐야 할 수사가 사기꾼 김봉현의 문건 하나에 산으로 가고 있다”며 “개혁은 허울이자 핑계이고, 앞으로도 검찰의 수사 칼날이 권력을 향해 다가오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정부·여당에서는 김봉현의 편지를 국면전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그것을 활용해 수사팀 다시 짜서 정작 몸통인 정치권 로비에 대한 수사를 못 하게 방해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에서 ‘김봉현 편지’를 언급하며 “공수처 설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법사위원은 전날 “공수처가 출범하면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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