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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빈곤 보고서⑥] “노년층 기초연금 확대…베이비붐 세대엔 일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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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촌 등 계층별 맞춤 지원
정년 연장·인센티브제 마련 등
노동시장의 조기 퇴출 사전 차단
1인 1연금 등 노후보장 강화해야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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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전문가들은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상에 따라 맞춤형으로 달리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편적 복지의 대안으로 ‘보편적 소득보장’을 제안했다. 그는 “현재 70~80대로 대표되는 가난한 노인들의 문제를 보편적 노인 문제로 접근하면 정작 빈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위원장은 현재 노인들에 대한 ‘현금지원 확대’를 주장했다. 구체적으론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을 연계해 보장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현재 노인에 대해선 전반적인 보장 수준을 높이되, 미래 노인에 대해선 ‘노동시장’ 차원에서 빈곤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세부담 현실화'를 전제로 복지지출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10~15년 사이 연금보험료를 인상해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 후 본인들이 받을 연금을 미리 부담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투데이는 윤 연구위원과 오 위원장, 허 원장, 정 교수 등 복지 전문가 4명과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재구성해 정리했다.

현재 한국의 노인(65세 이상) 빈곤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윤석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표를 근거로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난하다고 일반화하는데, 노인 빈곤은 계층별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현재 노인과 미래 노인의 상황이 다르고, 현재 노인 중에선 도시 노인과 농어촌 노인, 유자산 노인과 무자산 노인의 상황이 다르다. 이런 상황을 간과하면 평균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가령, 70~80대는 경제활동기에 소득이 적었고, 그마저 부모·자식을 부양하느라 자신들의 배는 못 채웠다. 이들은 당연히 사회가 돌봐야 하지만, 이들의 문제를 보편적 노인 문제로 접근하면 정작 빈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허준수: 가장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노인들의 연금이 없다는 것이다. 대다수 복지국가에선 국민연금과 같은 제도가 100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도입 역사(1987년)가 짧고, 그나마 국민연금을 받는 이들도 평균 가입 기간이 짧다. 이는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면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국민연금 가입이 사실상 단절되기 때문이다.

정재훈: 노인 빈곤은 연금 부재에 기인한다. 노후소득 보장제도 없이 노인이 된 사람들이 현재 70~80대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세상도 아니다. 노인 빈곤으로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독거노인의 심리·정서적 불안으로 인한 자살률 증가다. 일부에선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줄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노인 빈곤을 해소하기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중심으로 기초연금, 노인일자리 등 다양한 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이들 제도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는지


윤석명: 먼저 기초연금은 지급대상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광범위하지만, 1인당 급여 수준은 가장 낮다. 연간 10조 원으로 광범위한 대상에 똑같이 나눠주다 보니 급여액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의 기초연금은 빈곤갭(gap)은 줄일 수 있겠지만, 상대적 빈곤율을 해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되 유지할 필요는 있다. 부양능력이 있는 자녀 등의 책임을 온전히 사회가 떠안는 건 부당하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100% 폐지하진 않고 있다.

오건호: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현재의 보장 수준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가령 기초연금은 지급대상이 광범위하지만 급여액은 다른 나라의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생계급여 수급자에겐 지급된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액이 삭감된다. 이 때문에 극빈층과 기초연금을 받는 차상위계층 간 격차는 오히려 커지는 역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노인들에 대한 지원제도를 개선·보완한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할지


윤석명: 각 노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적절한 복지제도를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 흔히 보편적 복지라는 말을 쓰는데, 빈곤의 이유와 정도는 보편적이지 않다. 농어촌은 도시보다 필수지출이 적기 때문에 단순히 가처분소득을 늘려준다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 또 자산이 실물자산에 묶여 소득이 없는 노인들이 있는데, 이들에겐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지원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보단 보편적 소득보장이란 측면에서 노인복지를 맞춤형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오건호: 가장 효과가 큰 건 직접적인 현금 지원이다. 그런 차원에서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을 연계해 보장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가령 기초연금은 ‘줬다 빼앗는 연금’으로 표현된다. 근로소득은 30%가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아 노인들이 그만큼 더 소득 수준을 높일 수 있는데, 기초연금에 대해선 유독 엄격하게 보충성 원리가 적용된다. 생계급여 수급자들에게 기초연금을 100% 다 보장해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특례조항을 둬 공적부조 일부를 소득에서 공제한다면, 보충성 원리를 존중하면서도 극빈층의 소득을 월 10만 원이라도 높일 수 있다.

허준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 대상과 지원 수준을 전반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노인 빈곤율과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중을 고려하면 노인 인구 중 생계급여 수급자 비율이 10%대는 돼야 하는데, 지금은 7%대에 머물고 있다. 보장 수준도 실제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30만~40만 원 수준에 그친다. 필수지출 등을 고려해 제도를 보다 현실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향후 10년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노인 인구는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 노인들에게도 현재 노인과 동일한 복지 혜택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는지


허준수: 현재 노인과 미래 노인의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노인과 비교해 건강하다. 노인 연령을 70세로 높일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정년을 점진적으로 연장하고,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조기 퇴출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인센티브 등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능력이 없으면 해고될 수 있지만, 연령에 의한 차별은 없다.

윤석명: 경제적 상황도 베이비붐 세대는 현재 노인과 확연히 다르다. 선세대의 희생으로 1980~90년대 유례없는 호황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질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고 자산을 쌓았다. 국민연금 등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혜택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노인 복지제도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 그걸 공론화해야 할 주체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은 베이비붐 세대다.

오건호: 기초연금의 경우 하위 70% 지급 방식이 12년간 정착돼 기존 이해관계가 형성돼 쉽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미래 노인의 빈곤 상태나 국가의 재정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점진적으로 지급 대상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미래 노인에 대한 소득지원 내지는 복지지출이 늘어난다고 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게 세대 간 갈등이다. 어떻게 세대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미래 노인 빈곤에 대비할 수 있을지


윤석명: 지금껏 노인에 대한 복지제도 확충은 대체로 포퓰리즘 차원에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과하게 반영됐다.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세대 갈등은 더 심화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를 고칠 골든타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국가 존립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 차원에서 세대 간 대화와 양보가 절실하다.

정재훈: 가장 중요한 건 혜택을 받는 사람과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의 불일치다. 우리나라는 임금근로자의 약 40%가 소득세를 안 낸다. 그런데 복지제도 혜택은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 받아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조세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저부담·저복지가 될 것이다. 혜택이야 필요한 사람들한테 집중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비용은 소득계층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부담해야 한다. 이건 미래에 노인이 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허준수: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일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국민연금이 자리를 잡으면 전반적으로 기초연금을 포기해야 한다. 기초연금을 계속 인상하기만 하니 불필요한 오해가 생긴다. 노인일자리와 관련해서도 청년들은 ‘우리 일자리도 없는데 노인일자리는 왜 이렇게 많냐’는 불만을 내놓는다. 사실 노인일자리를 보급한다고 해도 상당수는 월수입 30만 원 내외 허드렛일이다. 질 낮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노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본다.

어떻게 미래 노인을 가난하지 않게 만들 수 있을지


허준수: 가장 좋은 방법은 연금을 준비하는 것인데,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국민연금 단일제도를 활용한다면 1가구 1연금이 아닌 1인 1연금으로 가야 한다. 서구 복지국가 대부분에서 이런 방식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운용되고 있는데, 우리는 가구주 1명만 연금을 받았었다. 다층적 보장체계로 간다면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재훈: 소득이 적다면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로 보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재정 부담이 늘고, 경제활동인구의 조세 부담이 는다. 따라서 연금 가입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특히 빈곤 노인의 상당수는 여성이다. 경력단절로 인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거나 노령연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크레딧 제도를 확대하고, 비가입자에 대해선 임의가입을 유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두 제도 모두 있지만, 대상이 제한적이다.

[이투데이/세종=김지영 기자(jye@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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