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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진핑, 中지도자 20년만에 6·25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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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베이징서 참전 70주년 행사… 美中 갈등속 ‘항미원조’ 강조할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군의 6·25 전쟁 참전 70주년 행사에서 직접 연설한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이 행사에서 연설하는 건 20년 만이다.

조선일보

시진핑(習近平ㆍ사진 오른쪽) 중국 국가 주석이 19일 당 간부들과 함께 베이징의 인민혁명 군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항미원조(抗美援朝·중국의 한국전쟁 명칭) 전쟁' 참전 70주년 전시회를 둘러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인민해방군의 한국전쟁 참전 기념일인 10월 25일을 전후해 기념식을 거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화 연합뉴스


중국은 1950년 10월 25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것을 기념해 10월 25일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는 뜻)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항미원조는 6·25의 중국식 표현이다. 2010년 60주년 행사 때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참석했지만 대표 연설은 서열 6위였던 시진핑 당시 국가 부주석이 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가 이 행사에서 직접 연설한 건 2000년 장쩌민(江澤民) 주석뿐이었다. 당시는 참전 50주년이라는 상징성이 있었고, 1999년 미군의 유고슬라비아 중국 대사관 오폭 사건으로 중국 내 반미(反美) 여론이 높을 때였다. 시 주석은 이번 연설에서 중국의 6·25 전쟁 참전을 미국 위협에 맞선 ‘정의의 전쟁’으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일보

김정은, 중국군 전사자묘 참배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인민군 한국전쟁 참전 70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전사자묘를 참배했다고 2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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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엔 외신기자도 초청됐다. 미·중 갈등 속에서 ‘항미원조 정신’을 대외에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 중국인민혁명군사박물관에서 열린 6·25 참전 기념 전시 개막식에서 “항미원조 전쟁의 승리는 정의의 승리이자 평화의 승리, 인민의 승리”라고 했다.

하지만 북한의 남침과 중국 참전에 따른 전쟁 장기화로 한국인의 큰 희생을 초래한 비극의 전쟁에 대해 중국 최고 지도자가 정의와 승리를 강조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 주석은 부주석 때인 2010년 6·25 참전 60주년 기념식에서도 “평화를 지키기 위한 위대한 전쟁이자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했다. 6·25를 미군에 대항한 반침략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오래된 입장이지만, 차기 지도자로 꼽히던 그의 발언은 한국 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중국 국력이 커지고 애국주의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중국의 6·25 참전을 미화하는 분위기는 더 강화되고 있다. 중국 CCTV는 이번 달 중순부터 ‘평화를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중국군의 6·25 참전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하고 있다.

중국의 6·25 기념 활동은 미·중 관계에 따라 달라졌다. 미·중 수교(1979년) 직후 밀월기였던 1980년 30주년 행사는 별도로 크게 치르지 않았다. 2001년 9·11 사태 직후에는 6·25 관련 특집 영상을 제작해 놓고도 방송하지 않은 적도 있다. 반면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각종 제재에 나서면서 6·25를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국에 승리한 사례’로 언급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6·25 관련 발언에 대해 일부 중국 네티즌과 애국 성향 매체인 환구시보가 “중국군의 희생을 모욕했다”고 반발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한편 북한 김정은은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찾아 ‘숭고한 경의’를 표했다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22일 보도했다. 김정은의 중국군 묘소 참배는 2018년 7월 정전협정 체결 65주년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김정은은 이날 중국 지원군이 “전쟁 승리에 역사적 기여를 했다”며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격멸하는 성전에서 고귀한 청춘과 생명을 다 바쳐 영용하게 싸운 중국인민지원군 장병들의 붉은 피는 우리 조국 땅 곳곳에 스며있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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