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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기고] 일본 원전오염수 방출, 국제사회 연대로 막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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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심심찮게 서열을 확인하는 분란이 일어나곤 한다. 힘과 권력이란 존재하기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이므로 조직원 스스로 서열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불가피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요는 그런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질서가 유지된다는 것. 힘의 서열을 확인하는 일은 국가 간에도 해당한다. 요즘 일본 정부가 원전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겠다는 행태를 보니 이런 분란의 사례가 떠오른다.

경향신문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준) 위원


이미 작년 봄에 탈핵에너지학회(준)와 민변환경위원회가 공동으로 초청한 일본의 원전과학자들(고토 마사시와 마키타 히로시)이 서울에 와서 증언을 했다. 원전오염수 문제는 돈으로 상당히 해결할 수 있다고. 그들은 “아무리 기준치 이하로 희석했다고 해도, 일상적으로 방출되는 분량에 더해 비축된 1000조㏃(베크렐)이 바다에 투기되면 총량적 문제가 생긴다”며 “따라서 방사선 양이 1000분의 1로 감쇠하는 123년 동안 대형 탱크에 보관해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33만t의 용량은 대단한 양이 아니다. 석유 비축 탱크와 같이 10만t급 대형 탱크를 만들고 저장함으로써, 방사능 감쇠를 내다볼 수 있고 트리튬의 처리기술이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비용도 330억엔 정도면 된다”고 했다. 액수의 과다 여부에 대한 검증은 이뤄져야겠지만 그보다 훨씬 더 든다고 한들 주변국에 미치는 걱정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다. 어쩌자고 뻔한 무리를 감행하려 할까?

기실 물보다 무거운 중수의 방사능오염수가 해저에 깔릴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미생물을 사멸에 이르게 하고 먹이사슬과 생태계를 파괴시키고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에 방사능을 주입시킨다. 게다가 해저토양의 미생물이 죽으면 바닷물 무게를 견뎌내는 지층의 인장력을 약화시켜 지진을 불러올지도 모른다.

그들이 핑계를 대는 각국의 핵폐기물 해양방출은 실체적인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식적인 근거가 없다. 설사 그런 일이 있다면 일본 정부는 풍문이 아니라 명백하게 적시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일본 정부의 고의적 방출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 불가항력적 선택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무시하고 버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의는 공익적 가치를 파괴하는 범죄다.

일본 내부의 의사결정 스트레스를 외부로 전가하려는 것일까?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대응해온 과정을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민주국가의 삼권분립 기초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관행으로 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렇다면 이는 ‘주체적 결정에 자신 없어 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런 퇴행적인 결정을 국제사회가 가만히 방관하는 것은 전례가 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계속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다. 일본의 후손들을 위해서도 말려야 한다. 알고 짓는 죄와 모르고 짓는 죄는 차이가 크다. 자타가 선진국이라는 나라마저 그런 식이면 인류에게 희망이 없다. 방관하면 방관자도 공범이다.

한국에 공이 넘어왔다. 일본 주변 해양국 가운데 러시아나 중국이 주도하기보다 한국이 주도하는 게 대만과 북한까지 연대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미국과 필리핀도 연대가 진행되면 참여할 것이다. 일본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제법이나 해양법을 통하지 않더라도 각국 국민의 여론만으로도 압도적이다. ‘힘의 서열을 확인하려는 반항’을 다스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호함이다. 일본 국민도 반대여론이 더 많은 만큼 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일에 참여한 중국이나 러시아는 앞으로 해양에 원전을 짓는다거나 은밀한 군사적 핵폐기를 더 이상 자국 임의대로 하지 못하는 선례가 된다. 이번 기회를 살리면 IAEA만으로는 미비했던 ‘원전 문제의 국제룰’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한국탈핵에너지학회(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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