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윤석열, "퇴임 후 정치할 거냐" 묻자 "하하, 말씀드리기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 승강기를 타고 있다./이새롬 기자

여당 의원들과 '일촉즉발' 국정감사…"장관 부하 아니다" 발언에 논쟁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22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여당 의원들은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 치고 받았다. 윤 총장은 마치 미리 준비라도 한듯이 직설적인 표현과 제스처를 쓰며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권을 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듯 했지만 앞으로 더 큰 갈등을 예고한 자리였다.

윤석열 총장은 이날 추미애 장관의 여러 조치를 놓고 여과없이 반감을 드러냈다. 라임자산운용 수사를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추 장관의 지적에 중상모략이라고 반발한 것을 놓고는 "무슨 근거로 검찰총장도 부실수사에 관련됐다고 발표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중상모략'은 내가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단어"라고 했다.

라임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도 불만을 강하게 터뜨렸다. 윤 총장은 "만약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부하라면 총장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라면서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 정무직 공무원인데 (검찰총장이)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 지휘로 떨어지기에 검찰 중립이나 사법 독립과 거리가 먼 얘기"라고 지적했다.

'부하가 아니다' 발언은 예상보다 파장이 컸다. 특히 윤 총장과 '검찰 저격수'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날선 문답을 이어갔다.

김용민 : 검찰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 맞나

윤석열 : 그렇다.

김용민 : 정부조직법 읽어보신 적 있나. 검찰권이 누구에게 있나.

윤석열 : 법무부 장관이 관장하게 돼있다.

김용민 : 국민에게 검찰권을 위임받는 행정부 수장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에게 재위임한 것이다. 검찰 사무는 법무부 장관이 관장한다. 부하 아니면 친구냐. 아니면 대통령과도 친구냐.

윤석열 :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김용민 : 업무지시, 감독관으로서 법무부 장관이 법에 규정됐다. 공무원으로서 잘못된 생각이다.

윤석열 : 그건 초임 검사 때부터 배워온 거고...

저녁 식사 시간을 앞두고 다들 시계를 들여다볼 즈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다는 듯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검찰총장은 법상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공무원이다.'

게다가 정회 시간 중 법무부는 감찰 착수 방침을 발표했다. 검사·수사관 술접대 등 중대 비위를 보고 계통에서 은폐하려 했는지 라임 사건에 연루된 야당 정치인과 여당 정치인에 대한 수사가 차별적으로 진행됐는지를 감찰하겠다는 내용이다.

사전 협의 없이 조금 전 법무부 알림을 보고 감찰 사실을 알았다는 윤 총장은 즉각 반발했다. 대통령령 법무부 직제령에 따르면 일선 검찰청에 대한 감사는 수사나 소추에 관여하는 목적으로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 총장은 "보통 수사가 끝나고 문제가 생기면 (감찰을) 하는데, 남부지검에서 라임자산운용 관련 여러 수사가 박진감 있게 진행되고 있기에 수사나 소추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여질 우려가 많다"라고 했다.

시간이 지나도 끄떡없었다. 이날 여당 의원들의 추궁의 강도 이상으로 윤 총장의 반응은 전투적이었다.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리기도 하고 '참나' '허허' 등 감탄사도 연신 터뜨렸다. 억울하다는 듯 질의를 끊고 반박하는 모습은 윤호중 법사위원장의 주의를 받아도 반복됐다.

김용민 의원과는 거듭 격돌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용민 : 총장님 재직 시절 검찰권이 어떻게 남용되었는지 그 사례를 보여주겠다.

'김학의 사건' 윤중천 씨 별장 접대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 고소를 비롯해 최강욱 변호사(열린민주당 대표) 보복 기소 논란, 윤 총장 배우자가 연루됐다고 의심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검언유착 의혹과 한동훈 검사장 '제식구 감싸기' 논란 등 수많은 사건이 열거됐다. 윤 총장은 점점 불쾌한 표정으로 변해갔다.

윤석열 : 참, 의원님 주장이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제가 하나하나 답변을 줄 시간을 주던가. 사적 보복한 적 없다. 어이가 없다.

김용민 :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대신 전달하는 것인데 답변 태도가 부적절하다. 사과 요청한다.

윤석열 : 사과 못 한다. 국정감사가 기관장에게 질의를 하는 건데. 검찰조사도 그렇게 안하고, 법정심문도 그렇게 안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총장에게 절대 사퇴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라는 취지로 격려했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거취 이야기도 많이 나왔다. 야권 대선 주자로도 거론되는 윤 총장이다.

윤 총장은 "거취 문제는 임명권자께서 말씀이 없으시고 임기는 국민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압력이 있더라도 할 소임은 다 할 생각"이라고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유일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점도 암시했다. 윤 총장은 "총선 이후에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말씀을 전했다"며 "제가 임기 동안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게 임명권자에 대한, 국민에 대한 책무라고 보고 흔들림 없이 소임을 다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주어진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가 확인되자 퇴임 후 행보까지 도마에 올라왔다.

윤석열 : 제 직무를 다 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고 향후 거취를 얘기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만 저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 많은 혜택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와 국민들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퇴임하고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 정치도 들어가나.

윤석열 : 하하.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

김종민 : 정치는 아니라고 얘기 안 하는 거 보니 할 수도 있단 소리로 들리는데... 오늘 쭉 들어보니 국민의힘 의원들이랑 잘 맞는 거 같다. 윤 총장이 정무감각이 잘 없다. 국민의힘은 국정농단 아직 반성 안한 사람들이다. 저런 분들이랑 하면 별로 좋은 기회 아니다.

고단한 국정감사장 좌중에 웃음이 터지고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많이 바뀌었다"고 받아쳤다. 윤석열 총장도 이날 몇번 안 되는 미소를 보였다. 인사청문회 같은 국정감사가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난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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