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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책상 치면서 與 의원들 향해 '할말' 다한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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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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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출석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여야의 역할이 뒤바뀐 모습이었다. 일반적으로 피감기관 관계자에 우호적인 여당이 라임ㆍ옵티머스 사건 수사 등을 고리로 윤 총장을 몰아붙인 반면 야당은 윤 총장을 적극 감쌌다. 여당 의원들은 “자세 똑바로 하라”, “답변을 짧게 하라”며 윤 총장 태도까지 강하게 질타하면서 속내를 드러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여당 의원들의 질의에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답변을 이어가면서 정면돌파에 나섰다.

“자세 똑바로”, “답변 짧게”… 윤석열 군기잡기 나선 與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감 내내 윤 총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았다. 포문은 박범계 의원이 열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고발 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거론하며 “(이때) 검찰이 ‘무한대식 수사’를 했더라면 (무혐의 결정) 후 1조원 가까운 민간투자는 안 들어왔을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허, 참”이라고 짧게 탄식하며 의자에 기대어 앉자 박 의원은 “자세를 똑바로 하라”고 호통을 쳤다. 윤 총장이 민주당 의원들의 공세에 언성을 높이며 맞대응하자 답변 태도를 걸고 넘어진 것이다. 같은당 소병철 의원도 “묻는 말에는 답을 해야 하는데, 하나를 물으면 열 개를 답한다”며 “의원들은 각자 7분을 갖고 (질의를) 하는데 누가 누구를 국감 하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질타했다. 송기헌 의원은 윤 총장이 답변 과정에서 "책상을 쳤다"고 문제 삼았다. 그러자 윤 총장은 "제가 언제 쳤느냐. 김용민 의원이 쳤지"라고 맞서다 "제가 만약 책상을 쳤다면 사과드리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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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잠시 중지된 후 국감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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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들의 잇따른 공세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윤 총장 엄호에 나섰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야당 의원이 ‘장관님’, ‘장관님’ 불러도 쳐다보지 않았고, ‘소설 쓰시네’ 등 27차례 윽박지르고 야당 의원 말에 비웃기까지 했다”며 “윤 총장은 수십 배 예의 바르게 답변하고 있다”고 지원사격을 했다. 장 의원은 또 추미애 장관을 겨냥해 "법무부 장관이 민주적 통제라는 미명 아래 윤석열 찍어내기 위한 수사지휘권 박탈이야말로 문민독재"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윤석열 존재감 키워준 국감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민주당이 윤 총장을 흔들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의 집중 공세에 밀리지 않고 거침 없는 해명을 이어간 윤 총장 모습이 주목을 받았다.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이 자신을 라임 사건 지휘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에 대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특정 사건에서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것은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작심한듯 비판했다.

또 박범계 의원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하자,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 아니냐. 과거엔 저에게 안 그랬지 않느냐”고 맞받았다. 박 의원은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개입 사건을 수사하다 징계를 받았던 윤 총장을 향해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찬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적 있다. 박 의원과 윤 총장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룸살롱 접대를 받은 현직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이라는 신동근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정당의 정치인 한 사람이 부패에 연루되면 (그 라인에 따라) 당대표까지 책임지느냐”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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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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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사, 굉장히 번민”… 속내 처음 꺼낸 윤석열

윤 총장은 각종 현안에 대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저도 힘들고 어려웠다. 이 수사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인간이기에 굉장히 번민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 전 장관 관련 압수수색 당일) 박상기 장관이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겠느냐’ 묻길래 ‘사퇴하면 좀 조용해져서 일처리 하는데 재량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드렸다”고 했다. 또 윤 총장은 최근 추 장관과의 갈등과 관련, “검찰 생활을 겪으면서 참 부질 없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편하게 살지 이렇게 살아왔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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