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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교황 “동성커플, 보호 필요” 지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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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결합법’ 공개적 찬성 입장

가톨릭 역사적 전환 계기될 듯

보수파, 교리 정면 위배 비판도

세계일보

프란치스코 교황. 로마=EPA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공개적으로 ‘동성결합법’ 지지 입장을 밝혔다. 로마 가톨릭교의 수장이 동성애자들의 권익 법제화에 지지한 것은 처음이다. 동성결합법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이성 간 정상적인 결혼으로 발생하는 모든 권한과 책임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 같은 교황의 입장은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를 통해 공개됐다. 교황은 다큐멘터리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하나의 가족이 될 권리를 갖고 있다”면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불행해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성결합법이다.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라며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로마 가톨릭교는 그동안 동성 결혼에 강경하게 반대해왔기 때문에 교황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안팎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 후 동성애자에 대한 존중과 차별 금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동성결합법과 관련해선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은 “동성결합법에 대한 교황의 명확하고 공개적인 지지는 가톨릭 교회와 성소수자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한다”고 풀이했다.

반면 교황이 가톨릭의 교리와 바티칸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가톨릭 교회는 그간 동성애적 성향 자체가 죄는 아니지만, 동성애 행위는 죄라고 봤다. 2003년 당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이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끌던 교황청 교리국은 “동성애자들에 대한 존중은 그 어떤 경우에도 동성애 행위를 인정하거나 동성결합의 법적 인정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문서로 규정했고, 이는 가톨릭의 공식 입장으로 간주된다.

미국 교회 내 대표적 보수파로 꼽히는 토머스 J 토빈 주교는 “교황의 발언은 교회의 오랜 가르침과 충돌한다”면서 “(동성결합은) 명백히 부도덕하며 교회가 이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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