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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정치가 검찰 덮어버렸다”… 秋법무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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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수사’ 박순철 남부지검장 전격 사의 파장

“격주마다 尹총장에 면담 보고”

뭉개기 수사 의혹 적극적 반박

“잘못된 수사지휘에 대한 항의”

검찰 내부서도 성토 글 잇따라

“사직 의사 거둬달라” 만류 쇄도

세계일보

굳은 표정의 朴 남부지검장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남부지검장(왼쪽)이 2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해 파문이 일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환매 사태 관련 부실 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박 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정치권이 검찰을 과도하게 흔들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올렸다. 특히 그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근거가 된, 윤 총장이 라임 사태와 관련한 검사·야당 정치인 비리 관련 의혹을 뭉갰다는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지검장은 검사 비리는 이번 김 전 회장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찰청에 보고 자체가 없었으며,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지난 5월쯤 전임 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총장에게 보고했다”면서 “그 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지난 8월31일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내부는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문제 삼은 박 지검장의 말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검찰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장관의 잘못된 수사지휘에 대한 항의의 표현”이라면서 “당당하게, 눈치 보지 않고 할 말을 한 것은 좋지만 나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주변에서도 전부 사의를 철회해달라고 만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의 한 지청장은 “함께 일하던 검사들에게도 사의 뜻이 이날 오전에 전해질 정도로 혼자 깊게 고민했던 것 같다”며 “사건의 쟁점이 정치화되면서 부담이 커졌고,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내더라도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2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 지검장이 올린 게시글에 사의를 만류하는 검사들의 댓글도 이어졌다. 세월호 특수단장을 맡고 있는 임관혁 서울고검 검사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말이 최근처럼 절실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며 “검사장님 힘내시고 사직 의사는 거둬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남부지검 인권감독관을 지낸 이영림 대전고검 검사도 “개인의 수인 한계와 직업인으로서의 한계를 넘어선 무리한 요구에 너무나 힘이 드셨을 것 같다”며 “사직 의사는 거둬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전날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궁예 관심법 수준”이라며 비판한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용기 내서 글 올려주신 것 감사드린다”며 “검사장님이 중심을 잡고 라임 사건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직의 뜻은 거둬주길 간청드린다”고 했다.

다만 이날 법무부가 신속하게 후속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박 지검장이 사의를 거둘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잦은 지휘부 교체로 수사의 맥이 끊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박 지검장의 후임이 인선되면 전임 송삼현 전 남부지검장에 이어 추 장관 취임 이후 라임 수사를 지휘하는 세 번째 남부지검장이 된다. 박 지검장은 지난 8월11일 부임 후 3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의 후임으로는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당시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지낸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부장은 지난 8월 인사 이전에는 남부지검 1차장검사를 맡은 바 있고, 현재 라임 관련 검사 술접대 의혹 등을 감찰 중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의 남편이기도 하다.

유지혜·정필재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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