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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구축해 사고 막겠다고 나선 CJ대한통운…스스로 한 약속인 만큼 철저히 실천해주길 [일상톡톡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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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무한 경쟁 내몰린 택배 노동자 생명권·건강권 보호 위해 정부·국회, 물류회사 노력 필요"

세계일보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CJ대한통운이 최근 잇따르고 있는 택배기사 사망과 관련해 공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발표했다.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2일 서울 태평로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은 우선 택배 현장에 별도의 분류지원인력 4천명을 다음 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줄일 계획이다. 현재 CJ대한통운에서 일하고 있는 분류 인력은 1000명으로, 이를 총 4000명 규모로 확대한다는 의미다.

◆박근희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기사 4000명은 업무 시간의 절반을 분류 작업에 쓰는데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작업을 거부했다 철회한 바 있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재 택배 현장에는 자동분류설비인 휠소터가 구축돼 있어 분류 지원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문장은 "분류 업무를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은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 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전체 근무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돼 있던 분류 작업을 분리하면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또 전문기관을 통해 성인이 하루에 배송할 수 있는 적정 물량을 산출해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택배기사 3~4명으로 이뤄진 팀이 업무를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를 도입해 특정 기사에게 부담이 몰리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휠소터의 오분류 문제는 기술 개발을 통해 최소화하기로 했다.

CJ대한통운은 최근 논란이 된 산업재해보험 적용 예외 문제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정 부문장은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택배기사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조사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산재보험 적용 예외신청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신규 집배점은 계약 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현행 격년제인 택배기사 건강검진 주기를 1년으로 단축해 비용을 회사가 전액 부담하고, 지원 항목에 뇌심혈관계 검사를 추가한다.

◆내년까지 100억원 규모 상생협력 기금 조성…택배기사 긴급생계지원 등 복지 강화 예정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 3회 방문 상담을 진행한다. 건강 고위험군으로 판단될 경우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물량 축소를 권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체 물량의 90%에 달하는 소형 택배 화물을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전용 분류 장비를 추가 마련하는 등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내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해 택배기사 긴급생계지원 등 복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 부문장은 "사망한 기사들의 유가족과 별도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위로금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 "택배업계의 재발방지책만으로는 부족.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조치 강력히 촉구"

CJ대한통운이 최근 이어진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사과문을 발표한 데 대해 22일 정의당은 "너무 늦은 사과"라며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정의당 조혜민 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통운 측을 향해 "택배노동자들이 죽어가는 동안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올해 과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노동자는 13명이며 이 가운데 CJ대한통운 노동자는 6명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택배업계들은 추석 전 2067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할 것을 정부를 통해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400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인력만을 투입했다"며 "결국 정부와 택배업계들이 뒷짐을 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택배업계의 재발방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무엇보다 플랫폼 등 특수고용에 대한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택배기사는 현행법상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대부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사업주에게도 계약 관계상 '개인사업자'인 이들을 보호할 의무가 없다.

◆코로나19 사태 '비대면' 거래 급증…택배 노동자 근무 강도 높아져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 강도가 살인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10여명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물류 회사들은 물론 정부와 국회까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택배 노동자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정부·국회, 관련 물류 회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생기면 관련 대책 쏟아내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택배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대책과 약속이 흐지부지되지 않길 바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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