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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2020 미국 대선

[글로벌 이슈 plus] `사전투표 열기` 불편한 트럼프 vs `개신교 몰표` 불안한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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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측불허 '미국 대선' D-12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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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여론조사 스트레스장애(Polls Traumatic Stress Disorder).

미국 대선이 임박하면서 미국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서 따온 표현으로, 아무리 많은 여론조사가 한 방향을 가리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간 판세를 가늠하기 어려운 현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간 대결에서 클린턴 후보 당선 가능성은 무려 85% 이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트럼프 후보가 '대역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선 역시 바이든 후보가 클린턴 후보 때만큼 높은 당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판세 분석가들은 과거 트라우마 때문에 시원스럽게 유력 당선 후보를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대선 막바지 국면에서 백악관 주인과 미국 운명을 바꿀 핵심 변수로 △사전투표 5000만명 돌파 △백인 개신교 몰표 △상원 의석 대역전 등을 지목하고 있다.

21일 오후(현지시간) 기준 4300만명을 넘어선 2020 미국 대선 사전투표(우편투표+부재자투표+조기현장투표) 규모는 백악관 주인을 바꿀 최대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기존 부재자투표와 더불어 올해 대선에서 우편투표와 조기현장투표를 신청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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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선거조사 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538명을 의미)'는 이번 대선에서 사전투표 유권자가 5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투표권을 가진 전체 유권자(2억800만명)의 24%가 넘는 수준이자 4년 전 실제 투표자(1억3660만명)의 37%에 달하는 막대한 수치다.

문제는 우편투표를 통해 접수된 표에 대한 유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무효표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6년 대선에서 서명 불일치, 지연 도착 등으로 무효화한 우편투표는 31만8728건에 이른다. 미국 공영라디오(NPR) 분석에 따르면 올해 우편투표에서 무효표는 4년 전보다 3배 이상 많은 100만건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편·조기현장투표를 신청한 시민 상당수가 민주당 지지층이지만 자칫 사전투표에서 무효표가 대거 발생하면 경합주에서 예기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바이든 캠프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광고 등을 통해 사전투표 시 서명을 정확히 기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연방 상원의원 판세도 백악관 주인이 누구로 낙점될지를 읽어내는 중요 변수다. 11월 3일 대선에서는 대통령과 더불어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을 새로 뽑는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53명(공화당)대 47명(민주당) 구도인 상원은 박빙이 예상됐다.

그런데 선거조사 업체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가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해 내놓은 결과는 충격적이다. 최대 9명의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민주당 혹은 독립 후보에게 패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절친이자 상원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린지 그레이엄 의원마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44세 흑인 민주당 소속 후보인 제이미 해리슨에게 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리슨 후보는 최근 상원 정치자금 모금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5700만달러(약 680억원)를 모금했다. 트럼프·바이든 '대리전' 양상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상원 선거에서 기업 돈줄이 민주당의 해리슨 캠프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파이브서티에이트' 선거 예측 모델을 보면 현재 47명인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번 대선에서 52~54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구학적 특성이 아닌 신앙을 기준으로 한 유권자 예측에서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가 중요한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들의 몰표 여부가 플로리다주와 '뉴플로리다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주 등 경합주 판세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미국 개신교 신자 중 소수층으로 분류되는 복음주의 개신교도는 교회 밖 복음 전파 활동을 중시하는 종파다. 또 다른 개신교도보다 더 강력하게 낙태 반대를 외치고 반드시 투표에 참여하는 등 정치활동에 열정적이다.

갤럽 등 분석 기관들은 2016년 대선 때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 중 81%가 클린턴 후보가 아닌 트럼프 후보에게 몰표를 행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만약 올해도 80%가 넘는 몰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진다면 경합주 판세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의 몰표 재현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가 강경한 낙태 반대주의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무리하게 지명한 것도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 표심을 자극하려는 포석이라는 평가다. 역으로 바이든 후보는 복음주의 개신교 리더인 조시 딕슨을 최근 캠프 내 종교담당 감독으로 임명해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들의 몰표를 분산시키겠다는 의지다.

프랭크 뉴포트 갤럽 선임분석가는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들은 기본적으로 공화당에 열정적으로 투표해왔다"며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 캠프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도들의 투표 선호도는 구조적으로 여전히 확고히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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