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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돈 모아 페라리 빌리고 명품 돌려쓰며 허영심 채워…中 ‘규수 클럽’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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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중국에서 이른바 상하이의 명문가 여성들만 회원으로 참여한다는 인터넷 사교 모임 ‘규수(名媛) 클럽’의 비밀이 드러나 화제다.

중국 매체 ‘명보’와 ‘상해열선’ 등에 따르면, ‘규수 클럽’의 비밀은 중국의 유명 블로거 리중얼(李中二)의 잠입 취재로 인해 알려졌다. 남성인 그는 여성으로 신분으로 속이고 클럽에 가입해 보름 동안 관찰했다.

리중얼의 취재는 그가 어느 대학생이 여자친구와 가치관이 맞지 않아 헤어졌다는 사연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이 대학생은 어느 날 여자친구에게 “‘바이푸메이’ 채팅 그룹 가입비로 쓸 500위안(약 8만5000원)을 빌려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바이푸메이(白富美)는 흰 피부를 지니고 부유한 젊은 여성을 뜻하는 말이다.

대학생의 사연을 들은 리중얼은 호기심이 생겨 여성으로 위장, 해당 채팅 그룹에 잠입했다.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가입비 납부 외에도 온라인 결제 플랫폼에 10만위안(약 1700만원) 이상의 잔고가 있다는 자산 증명을 거쳤다.

세계일보

리중얼이 파악한 ‘규수 클럽’의 활동 내용은 크게 세 가지였다. 명품에 대해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 회원들과 함께 고급 호텔에서 차를 마시는 것, 그리고 금융계 거물이나 유학파 등 엘리트 남성들과의 만남 주선이었다.

그러나 리중얼은 이 클럽이 실제 상류층 여성들이 어울리는 사교 모임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보다는 경제적인 능력은 안 되는 여성들이 일종의 눈속임으로 자신의 허영심을 채우는 곳이었던 것.

예를 들어 상하이 리츠 칼턴 호텔에서 티타임을 가질 경우 6명이 돈을 모아서 비싼 2인 티 세트 비용을 지불한다. 그 뒤 2인 1조로 짝을 지어 3개 팀으로 나누어 차례로 입장하고, 오후에 한가롭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즉, 고급 호텔을 드나드는 바이푸메이라는 것을 과시하는 인증이 목적인 셈이다.

이들은 티타임뿐만 아니라 호텔 숙박도 같은 방식으로 이용했다. 하루 숙박비가 5000위안(약 85만원)에 달하는 호텔 객실을 40명이 돈을 모아 지불하는 식이었다. 어떤 회원은 사계절 옷을 전부 싸들고 가서 호텔에서 화보를 찍듯 사진을 찍어 SNS에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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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명품 핸드백을 공동으로 대여해 날짜를 정해 사용하거나, 60명의 여성이 비용을 모아 고급 승용차 페라리를 대여하기도 했다. 이 역시 차를 타는 게 아니라 페라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게 목적이었다.

리중얼은 ‘규수 클럽’의 실체를 전한 글에서 “사교 모임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 물건을 공동 구매하는 쇼핑 앱의 일종”이라고 표현했다. 해당 글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중국 내에서 조회 수 16억회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상해열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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