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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코로나 역설' 집콕 덕 본 LGD, 7분기만의 적자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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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이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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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가 7분기만에 적자 터널에서 벗어났다. '집콕' 수요에 살아난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반등 덕이다. 기업 실적에 악재로 여겨졌던 코로나19(COVID-19) 사태의 역설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호실적의 이면을 한꺼풀 더 들여다보면 LCD 일회성 호재 이상의 의미도 엿보인다. 정호영 사장 취임 이후 독하게 추진해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의 체질 개선의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새로운 성장동력인 OLED 부문이 자리를 잡으면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달새 분위기 반전…적자 전망에서 흑자 전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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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22일 실적 공시에서 3분기 영업이익이 1644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3분기 매출은 6조73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111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분기 적자 이후 올 2분기 영업적자 5170억원까지 1년 6개월 동안 총 2조238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끝에 나온 극적인 성적표다.

시장의 실적 전망치도 1000억원 가까이 넘어섰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이 집계한 증권사별 3분기 평균 전망치는 전날 기준 영업이익 652억원 수준이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300억원대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던 시장에선 최근 상향한 전망치마저 넘어선 '깜짝 실적'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몸값' 오른 LCD, '본궤도' 오른 O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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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올 1월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앞서 2020년 경영 목표를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LG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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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탈출 배경으로는 '팔면 팔수록 손해'였던 LCD 패널의 가격 반등이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 3분기 32인치, 55인치 TV용 LCD 패널 가격이 전 분기보다 각각 24.5%, 18.5% 올랐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늘어난 IT기기 수요도 LCD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가 이날 공개한 부문별 매출 비중에서 IT제품용 패널이 43%로 가장 많았고 TV용 패널은 28%, 모바일 및 기타 비중은 29%로 집계됐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업체들이 올 하반기 들어 줄줄이 LCD 사업 철수를 선언하자 그동안 치킨게임을 벌였던 BOE, CSOT 등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가 주춤해진 것도 가격 하락을 막아선 요인으로 풀이된다.


내년 OLED 매출 70% 예약…애플 효과도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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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LCD발 실적 개선보다 OLED 성과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사활을 걸고 추진해온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 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LCD 매출 비중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옴디아는 LG디스플레이의 내년 OLED 매출 비중이 7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봤다.

LG디스플레이는 이날 OLED TV 패널 판매량이 지난해 330만대에서 올해 450만대 안팎으로 100만대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애플 아이폰용 중소형 OLED 패널 공급량도 올해 200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관련 매출이 2배가량 늘 것으로 본다.

OLED 실적 효과는 3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3분기 패널 평균 판매단가(ASP)가 2분기보다 8%, 지난해 3분기보다 38% 상승한 706달러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LCD 가격 반등과 함께 OLED 비중 확대가 겹친 결과"라며 "OLED TV 패널 가격은 LCD TV 패널보다 5배 가량 높다"고 밝혔다.


사업구조 개편 가속…11조원대 부채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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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OLED 중심의 사업구조 전환에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사업구조 개편의 한가운데 놓인 LCD 부문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TV 패널 부문 대신 고부가가치 IT용 패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IT용 LCD 패널은 기술 측면에서 아직 중국이나 대만업체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전무)는 "LCD 구조혁신의 핵심은 경쟁력을 보유한 부분은 더 강화하고 경쟁력이 부족한 제품은 신속하게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라며 "TV용 LCD 패널은 기존 계획대로 중국 광저우 공장 외에 상당 부분을 정리하고 국내 LCD 공장은 태블릿·노트북 용도로 추가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4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별 평균 영업이익 전망이 900억원 수준을 오간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IR담당 상무는 이날 실적 발표 직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4분기 출하면적 전망에 대해 "코로나19 사태 등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한자릿수 초반대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순차입금(총차입금에서 보유 현금을 뺀 금액)이 11조원을 넘고 부채비율(자본 대비 부채 비중)이 192%로 여전히 높은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시작된 2017년 이후 꾸준히 늘었던 차입금이 3분기 들어 처음으로 3100억원 줄었다"며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높아진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최악의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전제로 선행적인 재무관리 활동을 지속해 간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이정혁 기자 utopi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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